농업시리즈 5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서 좋은 수확을 거둔다 해도 결국 제때에 제 값을 받고 잘 팔지 못하면 실패한 농사가 되고 만다. 그런데 수확한 농산물을 잘 팔고 못 팔고는 농산물 수급이 이루어지는 유통과정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산물 유통경로 중에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 도매시장이다. 전체 농산물의 물량 중 절반 가까이를 취급하고 있는 도매시장은 공개경쟁 방식에 의한 가격 결정 기능과 유통정보 제공 등의 측면에서 농산물 유통의 중핵적 위치에 놓여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농산물 수급과 유통의 큰 흐름을 이 도매시장이 중심이 된 전문 중간유통 주체가 주도해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농산물의 유통환경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르는 유통의 주도권도 중간유통주체에서 소비자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지금은 지식정보사회이고 외국 농산물이 범람하는 농산물의 과잉시대다. 지식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풍부한 지식과 유통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당연히 범람하는 농산물 가운데 선택을 하는 소비자가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소비자는 고객으로 대접받고, 농산물 판매 업체들은 고객만족을 위해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면서 그 기대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마케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시말해서 소비자의 소비성향에 따라 거기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비성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은 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방향으로 점차 고급화되어 친환경적이면서 고품질의 농산물을 선호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이렇듯 소비자가 왕대접을 받는 시대로 급변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서 새롭게 유통시장의 중추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농산물유통의 주체가 대형유통소매 업체들이다.

대기업의 계열에 속하는 마트ㆍ할인점ㆍ백화점과 같은 이 대형유통소매업체들은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골목상권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공격적 마케팅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을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고, 가장 효과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ㆍGS유통ㆍ농협 하나로 마트까지 가세한 유통소매업체들은 대형화와 전국체인망을 표방하면서 시골 읍 단위까지 대형마트를 개설하여 소비자에게 좀더 가깝게 접근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고객만족에 부응하려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들 대형업체들이 선호하는 농산물 구매 루트는 도매시장과 전문 중간수집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일정물량이상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산지 주체와의 직거래를 확대해 가는 추세이다. 그것을 위해 대형유통업체들이 직접 품목별 핵심 주산지를 개발하고, 육성을 지원하여 안정적인 물량공급망을 확보·유지 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CJ푸드는 안성사업연합과 협약을 체결하여 시설을 공유하고, 식자재 원료를 공급받기 위한 산지 직거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고, 전국적으로 직거래 시스템 운영사례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호주머니 지갑을 열 개 할 수 있는 특색상품ㆍ우량상품ㆍ친환경 건강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우수산지를 선점하기 위해 업체간의 소리없는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교급식이라든가 소비자 조합과 같은 농산물의 집단 소비처도 늘고 있어서, 그만큼 생산자(농업인)의 농산물 출하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소비자가 왕대접을 받는 시대, 유통업체들이 산지와의 직거래를 원하는 시대, 생산자의 출하 선택권이 넓어진 시대에 산지 주체에 속하는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그 해법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유통업체들이 원하는 농산물 공급체제를 구축하면 되는 일이다. 일정물량을 생산하고 공급해 줄 수 있는 생산자 조직(법인)을 활성화해야 하고, 자치단체차원의 지역단위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공동집하ㆍ공동선별ㆍ공동저장ㆍ공동정산의 시스템을 갖춘 유통법인을 만들고 활성화 하여 대형유통업체, 도매시장, 학교급식처, 소비자 조합등을 대상으로 직거래 시장을 개척하는 마케팅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지원하고, 앞장서야 할 일이다.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브랜드를 개발하고 파워를 키워서 시장개척을 위한 교섭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치단체가 단체의 운영을 주도하거나 간섭해서는 안된다. 농업인 조직을 돕고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가도록 적극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유력 유통망과 소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치단체간의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농협 등 기존의 유통주체들과는 긴밀히 협력할지언정, 거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주에는 우리 무안의 농산물유통 현실을 들여다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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