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시리즈 1

내가 알고 있는 경험적 상식으로 생각해 보니, 정책을 다루는 중앙부처나 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수많은 과제 중에서 정말로 명쾌한 해법을 찾기 힘든 대표적인 분야가 농업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수출주도 정책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자재를 수입하고, 상품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는 「통상무역」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통상무역에서는 국가와 국가간에 당연히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요소들이 많을 것이고,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유리한 것을 얻어내기 위해 농업을 희생물로 양보해야 할 고민에 부딪힐 수 있다. 그처럼 농업의 문제는 일반적인 경제논리나 세상의 상식논리로 해법을 찾기가 힘든 난해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농업을 보호하고, 미래에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켜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국가전체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농업정책의 일부를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농업의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해 갖가지 농업제도를 마련하고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들을 끊임없이 추진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정부가 지역마다의 다른 특성을 살피고, 농업현장의 세밀한 문제에까지 일일이 헤아려서 챙겨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국가정책과 농업현장 사이의 간격과 괴리로 생긴 문제들에 대하여는 자치단체가 직접 챙겨서 보충하고, 조정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무안군 당국 스스로가 농업현장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세세한 문제들을 속속들이 찾아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농업현장의 정밀진단이다.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정확한 병명과 병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종합검진을 하는 것과 같다. 그래야 적절한 처방을 내려서 근원적인 치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농업정밀진단을 해 본다면 농업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농업인들의 고충과 고민거리들이 수없이 적채되어 있을 것이다.

농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부터, 군정시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작은 문제들, 농업의 인력문제, 영농에 관한 과중한 부담 또는 제도나 시책이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 농업인들이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고충과 고민들, 축산에 관한 제반문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제들과 아이디어들을 들춰낼 수 있을 것이다.

정밀진단을 통해 발굴된 과제들과 아이디어에 대하여는 하나 하나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것들을 치유할 처방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막힌 곳은 뚫고, 썩은 곳은 도려내어 새살이 돋게하고, 영양분을 공급하여 튼튼한 체질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① 무안군이 조금만 관심을 쏟고 노력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

② 중앙정부나 상급기관의 지원을 받아 제도 또는 시책을 개선해야 할 것.

③ 중장기적인 과제로 풀어나가야 할 것 등으로 구분하여 실천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일과성에 그치거나 전시효과적인 홍보전략에 치우쳐서는 절대 안된다. 대안을 최종 확정할 때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타지역의 성공사례를 비교해 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 작업은 무안군수를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의 결단과 열정이 필요하다. 군청 조직내에 농업진단팀을 만들어 광범위한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지극한 정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농업진단팀에는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과 농업전문가를 포함시킬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이 시스템은 정밀진단이 끝난 후에까지도 존속시켜 농업인과 끊임없는 소통의 창구로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내재되어 썩어가고 있는 문제들을 덮어둔 채로 우리 농업을 미래의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것은 넌센스이고,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농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인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무엇을 어떻게 글을 써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모든 문제의 해법을 찾는 길은 바로 문제에 접근하고,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해 보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고민을 하는 자세에서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듣게되어 결국 해법을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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