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시리즈 4

농업은 언제나 어렵다고들 한다. 수입개방 때문에 어렵고, 농약대·비료대·각종 농업기자재 대가 계속 뛰어 올라서 무거운 영농비 부담 때문에 어렵고, 농업인력이 감소하고 노령화가 되어서 어렵고, 농협에 진 빚이 많아서 어렵다고들 한다. 그 가운데서도 수입개방이라든가 영농비 부담문제 또는 농업인력이 감소하고 노령화되는 것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나선다고 해서 단기간내에 어떻게 해결할 도리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농번기 때마다 농촌의 일손부족으로 겪고 있는 농업인의 고통과 인건비 부담은 자치단체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거들어 준다면 어느 정도 어려움을 덜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가뜩이나 떠안아야 할 영농비 부담과 농업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마저 방치한다면 농업인들의 입장에서 기댈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양파·마늘 농사만 놓고 볼 때 식재시기와 수확시기에 소요되는 영농 인력이 대략 연 인원 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는 말을 들었다. 무안군의 20세이상 농가인구는 70세이상 고령층과 20세 초반의 학생층까지 통틀어 1만 8천명정도 된다. 그 중 양파·마늘의 식재 및 수확시기에 1만 5천명이 평균 10일씩 영농작업에 참여한다고 가정해도 연 인원 15만명을 충당하는데 그친다. 결국 연 인원 5만명정도를 외지 인부로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일 1인당 평균 일당을 8만원으로 가정할 때 40억원의 인건비가 외지인에게 지급되는 셈이 된다. 양파·마늘 재배시기와 일부 겹치는 콩생산과 고구마 생산등에 소요되는 인건비를 별개로 친다해도 그렇다. 이런 가정치는 내가 직접 실상을 세밀하게 조사해 본 것이 아니고 우리 농업인들이 일손부족 때문에 겪고 있는 고충을 상상하면서 추정해 본 것에 불과하므로 통계 수치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농번기 중에서도 피크가 되는 성수기에는 하루 한 일손당 인건비가 12만원 선에 이르고 어떤대는 15만원 선까지 폭등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인건비가 보통의 수준을 뛰어 넘게 된 것은 인력수요에 비하여 인력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그런 원론적인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광버스 등을 이용하여 인력수급을 알선하는 사람이 챙기는 상당부분의 마진이 인건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일당 10만원 중에 인부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는 7만원 내외이고, 25천원~3만원 정도를 인력 공급자가 챙기기 때문에 그 부분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이렇듯 매년 반복되는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에 대하여 당연히 중앙정부가 챙겨주면 좋겠지만, 지역마다 형편이 다르고 특히 국가산업 전체를 관장하는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농번기 농촌인력 문제에까지 큰 비중을 둘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이 문제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이 우선 될 수밖에 없는 일이지 싶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

첫째, 농업인들 스스로 자조모임을 만들어 협동작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대규모 영농을 하는 대농가의 경우는 일정부분 외부인력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소농중심의 농가들은 소조직단위로 묶어서 「두레계」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협동작업을 통하여 일손을 자조적으로 메꿔가는 「품앗이」 형태로서 이 「두레계」가 활성화 될 경우 인력수급의 경직성을 상당부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두레계 조직은 무안군 당국이 직접 개입하여 우수 두레계 또는 성공사례에 대하여는 포상도 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활성화 시키는 시책이 필요한 일이다.

둘째, 영농기계의 제작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기금 조성을 제안하고 싶다.

수도작은 이미 기계화가 정상수준에 올라서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밭농사는 기계화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들이 많아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잘 알고 있다시피 일본은 농업 전반에 걸쳐 기계화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다. 국내에서도 자치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기계화의 진도에 차이가 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자치단체의 노력여하에 따라 발전시켜갈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써 논두렁·밭두렁을 타고 다니는 제초기를 함평군은 다른 시군에 앞서 보급하고 있다. 무안의 밭농사는 토질의 점질토가 많아 고구마·양파·마늘 수확기계 같은 농기계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 여건에서 농기계 제작의 신기술을 개발하려면 수억원의 개발연구비가 소요되므로 군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양파·마늘 출하시에 ㎏당 5원~10원이라든가 일정소액의 기금출연을 제도화 하자는 것이다. 기금운용은 가칭 「농업기계화 기금조성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셋째, 공공개념의 「농촌인력 수급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무안군이 주축이 되어 농협·영농법인등과 손을 잡고 「법인」을 설립한 후 인력수급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미 서남부 채소농협을 비롯하여 일부 단위 농협에서 자체적으로 인력수급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고 가능성과 필요성을 입증한 사례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무안군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요컨대 「두레계」를 적극 권장하여 품앗이식 자조적 협동작업을 활성화시키고, 기계화를 촉진하여 인력수요와 부담을 덜어가면서 불가피하게 필요한 외부인력의 수급은 공공개념의 인력수급 시스템을 구축하여 인력난을 해소해 나가는 복합적인 농촌인력 지원시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