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⑧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새해를 맞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실뱀장어 잡이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실뱀장어 잡이

무안 연안 어느 곳에서나 붉은 빛 석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매력적이다. 태양이 사라진 후에도 노을빛은 오랫동안 하늘을 붉힌다. 어둠이 밀려들 무렵 한사람 두 사람 톱머리 선창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배터리로 전원을 켜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란한 발전기로 더욱 밝은 빛을 내리는 이들도 있다. 갓을 씌운 탓인지 밝은 등은 바다 밑을 훤히 비춘다. 각자 조금씩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옷으로 무장을 한 이들은 하염없이 물 아래를 응시한다.

▲ 실뱀장어
바다를 가만히 내려다보니 이름을 알 수 없는 해양플랑크톤이 가장 많이 보이고, 그 다음으로 학꽁치가 많다. 한참을 봐도 실뱀장어인‘시라시’(실뱀장어)는 나타날 기미가 없다.

드디어“왔다”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그렝이’를 내려 실뱀장어를 떠 올린다. 4미터가 넘는 대나무 끝에 1미터 남짓의 직사각형 틀 모기장을 붙인 그렝이는 각자 요령껏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작은‘뜰채’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시라시를 잡을 수 있다. 잡은 시라시를 담는 통도 필요한데 양동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스티로폼 박스에 구멍을 뚫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지역 농민들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지금이 최고로 궁할 때 아니요. 요것이 좀 나오면 양파밭에 약값이나 한디(으째 안 나오요)... ”

돈이 필요할 때 시라시가 비싼 몸값을 자랑하니 지역주민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존재다. 이날 가장 많이 잡은 이는 40마리, 한마리당 가격이 2,200원이니 하룻저녁 88,000원을 번 셈이다.

시라시는 일본어‘しらす(시라스)’에서 나온 말로‘민물장어 치어’를 의미한다. 생긴 모양이 실처럼 가늘고 흰색이라 그냥‘실뱀장어’라고도 부른다. 실뱀장어가 성어(成魚)로 자라면 민물장어(우나기)가 된다. 흔히‘아나고’라고 하는 붕장어가 아니다. 민물장어는 인공부하가 어려워 이처럼 치어를 잡아다가 양만장(민물장어 양식장)에서 민물장어로 키워낸다.

정문기 박사에 의하면 극동아시아 민물장어의 서식지는 1973년 큐슈대학의 우찌다 박사팀에 의해 필리핀 북방해역으로 확인되었다. 성어로 국내 하천과 호수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기수역에서 바다에 적응하는 시기를 거친다. 적응 기간이 끝나면 필리핀 해역까지 이동해 그곳에서 산란을 한다. 알에서 태어난 민물장어의 새끼는 처음에 ‘대나무 잎’ 형태를 띠고 있다. 스스로 헤엄치지 못하기 때문에 난류를 따라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독특한 모양 때문에 ‘댓잎뱀장어’라고도 부른다. 이 댓잎뱀장어가 한반도 연안에 도착하는데 1~3년이 걸린다. 강 하구에 도착할 무렵에는 모양이 바뀌어(변태) 실뱀장어 형태가 된다. 실뱀장어의 길이는 5㎝ 남짓이며 투명한 모습에 까만 두 눈만 두드러지게 보인다. 자연의 법칙대로라면 실뱀장어는 민물에 적응하는 시간을 거친 후 서해안의 여러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이제 어느 강이 실뱀장어를 허용한단 말인가. 모든 강이 둑으로 막혀 있고, 겨우 수문을 통해서만 소수가 이동할 수 있으니 뱀장어의 운명은 기구하기만 하다.

올해 시라시 값이 오르자 중국에서도 실뱀장어를 수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조약(CITES)’에 따라 2013년부터 외국산 실뱀장어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이렇게 되면 실뱀장어 종묘를 구하지 못해 운영을 포기하는 양식장이 늘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도 뱀장어 완전양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5년까지 뱀장어 완전양식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뱀장어 종묘생산 연구에 100여년 투자하여 얼마 전 완전양식에 성공하였으나 연간 실뱀장어 100~250마리의 생산기술 밖에 없다고 한다. 뱀장어 양식이 성공하면 지금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시라시 잡이 문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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