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2011년을 맞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신명나는 갯벌 축제 ‘당산제’

줄다리기 줄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할머니 당산은 여성이다. 할머니 당산에 남성성을 상징하는 줄을 칭칭 감는 것을‘당산옷입히기’라고 하는데, 이것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의미하고 즉,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발현된 의례인 셈이다.

당산제는 마을의 안녕과 풍년, 풍어와 밀접하게 관계를 갖는 마을 공동 축제이다.

▲ 당산제를 지내는 모습
정월대보름 아침(2월17일) 밤새 내린 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다. 신성일(神聖日)을 맞아 오염된 온 세상이 순수의 세계로 정화된 기분이다.

무안지역 당산제는 주로 정월 보름에 진행된다. 정월 보름에 당산제를 지내는 것은 섬 지역에서 정초에 지내는 것과 대비해 내륙형이라고 이경엽 교수(민속학)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무안지역 당산제가 도서형과 비교되는 내륙형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월 1일 당산제를 지내는 마을도 많다. 현경면 모촌과 월두가 대표적이다. 당산제가 열리는 마을 중에서 갯벌 어로가 활발한 마을을 찾아보았다. 망운면 원송현 마을과 현경면 월두마을, 해제면 내분마을이 대표적인 곳이다. 그 중 원송현과 내분마을이 정월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원송현으로 향했다. 원송현 당산숲은 구릉 위 300여 평 규모로 팽나무 군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에는 근처에 바람막이 숲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개간으로 인해 당산 숲이 직접적인 바람을 받으면서 고목들이 쓰러지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당산 숲 입구에는 금줄이 세워져 있다. 금줄 너머는 신령스러운 공간이고, 그 밖은 세속의 공간이라는 구분이다. 금줄 안 당산 숲에 들어가 의례를 지내는 이들은‘깨끗’해야만 가능했다. 제관들은 개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고, 초상난 집에 가서도 안 된다. 심지어 화장실에 다녀와도 목욕재개를 해야 할 정도로 오염을 금기시 했다. 성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화로 농어촌 공동체가 위축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깨끗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장이 중심이 되어 마을 주민 일부가 당제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당제를 준비하게 되면 산모들을 마을 밖으로 내보내고, 초상난 집은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등 공동체적 금기가 엄했던 것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래도 당산제를 모시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마을 주민들은 전날 당산제에 올릴 제물을 준비하면서부터 주민들 모두 건강하고, 갯벌과 바다에서 생산되는 갯것들도 한해 풍부해져 경제적인 풍요로 이어지기를 기원하기 때문이다.

▲ 당산 숲 입구에 금줄을 메고 있다.
원송현에서 금줄은 마을 안 공동우물에도 있었다. 그때는 며칠 동안 우물물을 이용할 수 없어 집집마다 그릇이란 그릇에는 모두 물을 받아 두고 아껴 써야만 했다. 원송현은 지금도 90세대가 넘게 사는 큰 마을인데 과거 마을 전체가 한 우물에 의지해 살았을 때는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공동우물은 마을회관을 지으면서 메워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무안지역 당산제는 당산할아버지, 당산할머니라는 부부신 형태가 기본형이다. 재미있는 것은 월두마을의 경우 집집마다 추렴한 몇 뭇씩의 짚으로 줄다리기 줄을 만들어 당산할머니 나무에만 감아둔다는 점이다. 제물도 마을우물과 당산할머니 앞에만 차려둔다. 400살이 넘은 멋진 곰솔인 할아버지 당산은 이날 철저하게 소외받는다. 이에 대해 박정석 교수(인류학)는 다음과 같이 해석을 한다.

“줄다리기 줄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할머니 당산은 여성이다. 할머니 당산에 남성성을 상징하는 줄을 칭칭 감는 것을‘당산옷입히기’라고 하는데, 이것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의미하고 곧 아이들을 낳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발현된 의례인 셈이다. 다산성은 자식 뿐만 아니라 갯벌과 바다, 농업에서도 많은 생산물을 생산하고자 하는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우물도 여성과 다산성을 상징한다. 원송현과 월두에서 우물 앞에도 제상을 차리는 이유이다. 결국 당산제는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풍년, 풍어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으며, 이를 빌기 위해 지내는 마을신앙이자 공동체 축제인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와 같은 전통 민속의례들이 점차 축소되거나 사라진다는 점이다.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동과 생태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전통문화의 세대적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팽나무 군락을 이루는 원송현 당산숲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