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⑦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봄 쭈꾸미, 가을 낙지’쭈꾸미 제철

‘봄 쭈꾸미, 가을 낙지’쭈꾸미 제철

▲ 살아있는 쭈꾸미
쭈꾸미는 산란기인 4∼5월을 앞두고 3월부터 알을 품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부드럽고 맛이 좋다. 무안에서는 쭈꾸미를 잡을 때 전통적 방식으로 소라껍질을 이용한다. 쭈꾸미는 회로도 먹고, 머리부분은 끓는 물에 데쳐 먹을 수 있다. 초무침이나 고추장으로 양념해 볶아 먹기도 한다.

‘봄 쭈꾸미, 가을 낙지’라고 하지만 낙지가 워낙 강세인 무안에서는 주꾸미를 잡는 어민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물어 물어 망운면 소재 한 농약사를 찾았다. 그곳이 어민들과 농민들의 사랑방이라고 불린 탓이다.

“쭈꾸미 잡는 분을 찾고 있는디요. 소개 좀 해 주실라?”

“쭈꾸미를 어떻게 잡는다우? 못 잡아라. 그냥 막을 수밖에 없제”

“....???”

▲ 소라 속에서 조개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쭈꾸미
농약사 주인의 이야기를 한참동안 이해하지 못하다가 설명을 듣고야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나는 바다의 쭈꾸미를 이야기했는데, 농약사 주인은 직업의식을 발동해‘양파 쭈꾸미 병’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양파가 노균병에 걸리면 잎이 쭈글쭈글해지면서 쭈꾸미 다리처럼 꼬이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주민들은 그냥‘쭈꾸미병’이라고 불러왔다.‘꼬불어지는’양파 잎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농민이 한편으로는 그것에서 쭈꾸미를 연상해 낸 그 기지(機智).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내 온 생명을 키우는 농부, 특히 바다를 끼고, 대규모로 양파를 재배하는 무안이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용어라고 생각하니 그 의미가 각별해진다.

쭈꾸미는 8개의 팔이 달려있는 것이 낙지와 비슷하나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크기도 70㎝까지 자라는 낙지에 비해 20㎝ 정도로 작다. 쭈꾸미는 무안지역에서‘쭈깨미’라고 불린다. 흔히 쭈꾸미로 부르지만‘주꾸미’가 정확한 이름이다.

▲ 쭈꾸미 요리
무안에서는 쭈꾸미를 잡을 때 전통적 방식으로 소라껍질을 이용한다. 소라껍질을 매단 한 틀의 주낙에는 보통 3,000개 정도의 소라껍질이 약 50㎝ 정도 간격으로 매달려 있다. 이를 바다에 던져두면 야행성인 쭈꾸미가 빈 소라껍질을 집으로 이용해 들어간 다음 조개껍질이나 유리조각, 각종 플라스틱 조각 같은 것으로 뚜껑을 만들어 덮고 지낸다. 이와 같은 생태적 특성을 이용해 쭈꾸미를 잡는 것을 일명‘소라빵’,‘소라단지’라고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소라’라고 부르는 종의 진짜 이름은‘피뿔고둥’이다. 피뿔고둥의 껍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북한이나 베트남에서 수입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플라스틱을 이용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라빵을 올리면서 쭈꾸미가 들어 있으면 끝이 낚시바늘 모양의 갈퀴로 콕 찍어 잡아 뺀다. 이때 쭈꾸미가 상처를 입는 단점이 있다.

쭈꾸미는 산란기인 4∼5월을 앞두고 3월부터 알을 품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부드럽고 맛이 좋다. 하지만 올 봄 쭈꾸미는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지난 겨울 워낙 추운 탓에 쭈꾸미가 제대로 번성하지 못해 잡히질 않기 때문이다. 보통 한 틀에 수십㎏ 이상 잡아야 하는데 몇 ㎏도 되지 않으니 어민들의 한숨만 늘어난다.

망운 어민들은 보통 10틀, 3만개 이상의 소라빵을 놓지만, 투자대비 수입은 터무니없이 낮다. 한 두 틀만 올려다보면 나머지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량이 급감하니 쭈꾸미 축제로 유명한 보령과 서천에서는 급기야 축제일정도 연기했다.

한편 쭈꾸미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 꼭 한파 때문일까라고 생각해본다. 수년간 쭈꾸미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새만금 일대가 간척으로 사라지면서 부안 격포에서 쭈꾸미가 급감했다. 서해안의 각종 개발로 자연해안이 인공콘크리트 해안으로 바뀌는 것도 서식처를 파괴하고, 변화시켜 어장을 황폐화시킨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무안에서는 쭈꾸미를 회로도 먹고, 머리부분은 끓는 물에 데쳐 먹을 수 있다. 초무침이나 고추장으로 양념해 볶아 먹기도 한다. 현재 대형마트에는 태국산 쭈꾸미가 유통되고 있다지만, 봄철 기운을 돋우기 위해 여러분은 싱싱한 무안산 쭈꾸미를 잡숴보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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