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새해를 맞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민물로 씻을수록 독특한 향이”

민물로 일곱 번을 씻어야만 갯내가 빠졌다. 이렇게 너도 나도 우물가에 모여 발로 밟고, 빨래방망이로 두드리면 그때야 비로소 감태 향이 동네 가득 진동했다고 한다. 감태를 갯벌 위에서 채취할 때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민물로 씻어 낼수록 그 독특한 향내가 나온다니 신기하다. 감태는 쌉싸래한 맛을 지니며 알긴산, 요오드, 칼륨 등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하다.

▲ 운남 내리 유준호씨 내외가 감태를 매고 있다

감태의 본고장 무안, 그 중에서도‘현해탄(현경, 해제, 탄도만)감태’가 최고

▲ 여성의 긴머리카락이 연상되는 갯벌위의 감태
겨울철 무안갯벌은 초록색이다. 초록색 융단처럼 보이는 것은‘감태’가 갯벌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감태’라는 호칭은 미역과의 여러해살이 해조류인‘가시파래Enteromorpha prolifera’를 우리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일 뿐이다.‘감태Ecklonia cava’라는 이름의 해조류는 따로 있는데, 제주도를 비롯한 아열대 바다 깊은 곳에서 자란다.

그럼 오랫동안 불러온 이름인 감태를 하루아침에 가시파래라고 바꿔 불러야할까? 누구도 그래야 한다고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오랫동안 감태라고 부르며 이용해오면서 내면 깊이 인식되어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새로운 이름이 되어 버렸다. 무안군에서 지원해 준 택배용 감태박스에는‘가시파래’라고 쓰여 있고, 작은 글씨로 감태라고 표시되어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다. 물론 이 글에서도 가시파래를 그냥 감태라고 기록하겠다.

1월 한달간 추위를 몰고 온 찬 공기도 2월이 되자 한풀 꺾인다. 그토록 기다리던 감태 매는 날이 왔다. 감태의 본고장인 무안, 그 중에서도‘현해탄(현경, 해제, 탄도만)감태’가 최고라는데, 탄도만에서 생산되는 감태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 과거에는 삼향면 금동에도 감태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옛말이 되었다. 감태는 오염이 심각한 곳에서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운남에 사는 유준호(39세)씨 내외는 물이 다 빠지기도 전인 아침 8시부터 미리 갯벌로 나섰다. 겨우내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감태를 매 왔지만, 올 겨울은 워낙 추운 탓에 감태가 잘 자라지 않아 무척 애를 태웠다고 한다. 전국에서 감태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감태는 뿌리가 있어 펄갯벌 표면에 뿌리를 박고 여성의 머리카락처럼 길게 자란다. 모래가 섞인 갯벌에서도 자라지만 그곳에서는 감태를 매지 않는다. 혹시나 모래 알갱이가 하나라도 있어 이빨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채취하지 않는다.

감태를 맬 때 뿌리부분은 한 뼘 이상 칼로 잘라내고 나머지 부분만 손으로 걷어낸다. 뿌리부분은 뻣뻣해 맛이 없고, 뿌리를 남겨 둬야 3-4주 후에 다시 감태를 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자라는 감태는 처음 것 보다 더 부드럽다. 감태를‘갈퀴’로도 매는데, 이것을 탄도주민들은‘당글개’라고 부른다. 남들이 춥다고 다 쉬는 한겨울 무안 주민들은 당글개를 긁으며 돈과 건강을 줍는다.

▲ 감태를 일곱번 민물로 씻어 바로 판매한다
무안주민들은 과거에 맨발로 감태를 매러 다녔다. 추운 겨울 맨발로 갯벌 위를 걸어 다녔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감태는 매는 것 보다 운반하고 뻘물을 씻어내는 것이 더 힘들었다. 민물로 일곱 번을 씻어야만 갯내가 빠졌다. 이렇게 너도 나도 우물가에 모여 발로 밟고, 빨래방망이로 두드리면 그때야 비로소 감태 향이 동네 가득 진동했다고 한다. 감태를 갯벌 위에서 채취할 때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민물로 씻어 낼수록 그 독특한 향내가 나온다니 신기하다.

감태는 쌉싸래한 맛을 지니며 알긴산, 요오드, 칼륨 등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하다. 감태는 주로 생으로 무쳐먹지만, 감태전이나 감태김치 등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보관을 용이하기 위해 빨래줄에 널어 말려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냉동시설이 잘 되어 있어 언제든지 입맛이 없을 때 꺼내 먹을 수 있다. 감태 한올 한올은 셀룰로오스로 덮여 있어 흡수가 잘 되지 않지만, 하루 정도 숙성을 시킨 후 요리하면 소화 흡수가 훨씬 빠르고 제 맛이 난다. 일본에서는 감태로 장조림을 만들거나 감태분말을 만들어 된장국, 순두부, 면류, 채식요리 등에 양념으로 사용한다.

감태는 국내에서 연간 약 2만톤 정도 생산이 된다. 물론 대부분 전남 서남해안이 주산지이다. 무안감태는 20kg 한 상자에 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무안 감태 일부가 서산으로 팔려가‘가시파래포’로 조미 가공되어 판매되기도 한다. 무안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의 다양화를 위해 감태를 다양하게 가공, 판매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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