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새해를 맞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숭어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

숭어는 가을철부터 맛이 들기 시작하는데, 가을에는 고소하고, 겨울에는 달달하고, 봄에는 담백하다고 한다.

“숭어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

참숭어는 세부적으로 8가지로 구분한다. 그해 태어난 어른 손가락만한 쌀모치, 1년된 한뼘 크기의 모치, 그리고 조금씩 더 클수록 모댕이, 참동어, 무거리, 서(소)댕가리, 대댕가리(눈부릅떠기)로 구분한다. 그 다음 완전한 성어가 숭어이다. 눈부릅 떠기는 크기가 작다고 해서 너는 숭어도 아니다라고 했더니, 성이 나 눈을 부릅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주 내 춥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오늘도 숭어잡이 배를 타는 것이 틀렸다 싶었는데 갑자기 도리포 박상범 어촌계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침에 배가 뜰 수 있다는 소식이다.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 나선다.

며칠째 워낙 추운 날이 계속된 탓에 이각망에 숭어가 들어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진철(40)씨가 선외기 엔진을 켠다. 도리포를 떠난 배가 닭섬 쪽으로 향할 때 보니 넓은 모래등이 드러나 보인다. 주민들이 속치라 부르는 곳인데, 마치 도리포와 닭섬을 연결할 것처럼 길게 이어져있다. 물론, 닭섬쪽으로 샛개(작은강)가 있어 연결되지는 않지만 매우 독특한 경관이다. 도리포에는 속치 외에도 큰살이라 불리는 모래등이 펼쳐져 있어 이곳에서 각종 어촌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도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김양식장이 산재한 바다 한가운데서 이각망을 털어내자 숭어들이 배위에 부려진다. 하지만 대부분 한뼘 이하 크기의 작은 모치들이고, 큰 녀석들은 대여섯마리에 불과하다. 동지가 넘으면 숭어들이 뻘속에 묻힌다더니, 정씨의 걱정대로 숭어들이 무리를 지어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해 간 모양이다.

우리나라 수산학의 아버지 정문기 박사는 숭어 산지로 가장 유명한 곳은 전남 영산강 하류인 몽탄강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잡히는 숭어를 몽탄숭어라고 불렀고, 다른 지방산 숭어에 비해 그 맛이 달고 감칠맛이 난다고 했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된 숭어어란은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귀했다. 하지만 1981년 영산강 하구가 막히면서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무안에서 숭어 하면 역시 도리포 숭어가 최고다. 도리포 주민들은 큰 가숭어를 시랭이, 작은 가숭어를 거머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참숭어는 세부적으로 나눠 무려 8가지로 구분한다. 그해 태어나 어른 손가락만한 쌀모치, 1년된 한뼘 크기의 모치, 그리고 조금씩 더 클수록 모댕이, 참동어, 무거리, 서(소)댕가리, 대댕가리(눈부릅떠기)라고 구분한다. 그 다음 완전한 성어가 숭어인데, 숭어는 입에 어른 손가락 세 개가 들어갈 정도로 커야한다. 눈부릅 떠기는 크기가 작다고 해서 너는 숭어도 아니다라고 했더니, 성이 나 눈을 부릅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숭어가 되지 못한 억울함은 아직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었을까? 제사상에 숭어를 올릴 때 댕가리 이상부터는 올릴 수 있었다니 눈부럽떠기도 어른 대접은 한 셈이 아닌가 싶다.

과거에 숭어라고 하면 무게가 2㎏은 되어야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1㎏만 넘어도 숭어라고 부른다. 그만큼 숭어 자원도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민들은 모치가 자라 숭어가 되려면 5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큰 숭어는 심지어 머리에쩍(굴껍질)이 붙은 채 4㎏ 이상까지 나가는 녀석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물고기 중에서 가장 많은 이름을 가진 숭어. 그만큼 많은 지역에서 사랑받으며 주민들과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리라.

▲ 숭어회
숭어의 맛은 계절마다 다르다. 누구는 숭어가 봄을 대표하는 어종이라고 하지만 역시 겨울철에 먹어야 제맛이다. 숭어는 가을철부터 맛이 들기 시작하는데, 가을에는 고소하고, 겨울에는 달달하고, 봄에는 담백하다고 한다.

송계마을 주민들은 도리포 숭어가 맛있는 이유를 좋은 뻘을 먹기 때문이라고 자랑한다. 실제 숭어는 뻘과 함께 뻘 위에 퇴적된 규조류와 각종 유기물을 먹이로 삼는다. 이 때문에 숭어의 입은 윗입술이 두툼하고 아랫입술은 삽처럼 생겨 진흙을 떠먹기 좋은 구조로 발달되어 있다. 뻘을 함께 먹기 때문에 위벽은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해 닭의 모래주머니처럼 두텁게 팽창해 있다. 이 때문에 숭어의 위를 주판알, 절구통등으로 부르는데 해제면 일대에서는 돔배기라고 부른다. 돔배기에서 뻘을 빼내고 소금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숭어가 뻘을 먹는 생태적 특징은 고전에서도 확인된다.「향약집성방」과 허준의「동의보감」에도 숭어가 진흙을 먹기 때문에 비장을 건강하게 해 백약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는 유독 눈이 많이 내리고 춥다. 모두들 숭어 한접시 드시고 힘을 내시길 기원한다.

▲ 정진철(40, 도리포) 씨가 물을 보러가 이각망을 털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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