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남(무안신문 발행인)

[무안신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전국투표율이 66.2%다. 10명 중 7명 가깝게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1992년 실시된 14대 총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란다. 전라남도 역시 67.8%로 1996년 15대 총선(69.8%) 이후 24년 만에 최고 투표율 기록을 보였다.

올해 투표율이 값진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포기 않고 참정권 행사를 했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쓴 채 손 소독을 한 뒤 비닐장갑을 끼고 열감지기를 지나야만 투표를 할 수 있었지만 이런 중무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영향 요인은 국가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였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마저 코로나19로 인해 개개인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면서 투표 참여 의식이 커졌다고 보여 진다. 특히, 20대 국회는 허구한 날 싸우기와 막말 전쟁을 벌인 역대 최악의 ‘동물국회’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평가이기도 했다. 정책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라 싸움질과 고성, 막말 등으로 식물국회로 전락했던 20대 국회를 심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총선 결과 국회에서 막말, 동물국회로 만들어 갔던 정치인과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 노욕을 부렸던 국회의원 대부분은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 궤멸됐다.

이번 총선에서 세계가 한국의 방역대응을 칭찬하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상승했고, 국민들은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를 안정적으로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 주어 국난 극복과 개혁 과제를 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180표로 대승했다. 광주·전남, 전북지역 28개 선거구에서도 1곳을 빼고 싹쓸이했다. 민주당이 잘 해서라기보다는 야당이 못해서이고, 민주당 이외의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정은 이번 선거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호남권의 민심을 잘 읽어야 한다. 4년 전 국민의당 ‘녹색돌풍’을 일으킨 민심이 이번에 집권당에 표를 몰아준 데는 지역발전에 대한 염원이 함께 작용했다. 물론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것은 결코 정치발전에 도움은 안 된다. 권력의 특성상 견제 세력이 없는 일당 독점 구조는 부패할 가능성이 높고 불통으로 언로가 막혀 민심과 괴리된 정치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더욱 느껴야 할 이유다.

21대 국회의원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당장 코로나19로 닥쳐온 경제위기, 그로인한 실업대란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가 대공황 이후 가장 거대한 실업 쓰나미를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소비 단절, 영업·생산 중단, 기업 파산의 연쇄작용에 따른 대량 실업의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글로벌 불황이 언제까지 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실업 고통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나 진정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지구촌 시대 글로벌 실업자 폭발 여파는 개방형 수출국인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전이되게 되어 있다.

국회의원 1명에게 4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37억7천100만원으로 추산된다. 300명이면, 1조원이 넘는 세금이다. 월급과 상여급 외에 매달 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이 지급된다. 차량 유류비·유지비 및 공무상 여행할 때는 여비도 받는다.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보좌관과 비서관 8명을 채용할 수 있다.

이처럼 국회의원에게 지원되는 세금이 천문학적임을 감안하면 국회의원의 임무는 그만큼 크다.

하지만 일단 금배지를 달고 나면 마음이 바뀐다는 게 문제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초심을 잃은 채 작은 이익과 당리당략에 매몰되는 정치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흔히 봐왔다. 국정 현안을 풀 수 있는 해법 제시보다는 지역구에서 골목대장 노릇만 하려는 국회의원도 있다.

국민들은 21대 총선에서 막말을 일삼고 노욕을 부리는 정치인 대부분을 쏟아내 주었기에 기대가 크다.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민심은 곧 천심’이다.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청하던 초심을 결코 잊지 말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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