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최혜영(무안군 민원지적과 일반민원팀장)
최혜영(무안군 민원지적과 일반민원팀장)

몇 해 전 투병 중이시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슬픔에 무기력하게 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 깊은 상실감을 뒤로하고 부친 사망 후의 행정 절차를 밟기 위해 관련 서류를 발급받고자 내가 근무하는 지자체 민원실이 아닌 타지역 동사무소를 방문했을 때다.

동사무소 민원창구에 서서 등본 발급을 요청하는 내 앞에는 너무나 무표정한 공무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창구에서 마주한 그의 딱딱한 표정, 기계적인 몸짓, 사무적인 말투는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불쾌함’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의 도움(?)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과거 내가 응대했던 민원인들을 떠올리며 ‘나는 그분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까?’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요즘도 ‘나는 과연 친절한 민원 응대를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 된다.

「지방공무원법」 제51조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법률」 제4조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는 담당 민원을 신속 공정 친절 적법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등 법률적으로 공무원은 임용되는 순간부터 국민에게 친절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된다, 따라서 공무원은 국민과 마주할 때, 절대로 개인적 불편한 감정이나 편협함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법률은 곧 우리 공동체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우리 무안군에서는 친절한 공직자상을 군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부적으로 여러 시책을 추진하여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예컨대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민원처리 마일리지제도‘, 민원처리 과정을 피드백해 다시 한번 체크해 보는 ’민원 만족도 조사‘, 민원 만족도가 높은 공무원을 평가하여 ’포상‘하는 제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제도들이 군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민원일선 현장에서 공무원 개개인의 친절의식이 자연스럽게 발현되어야 가능하다. 공무원 각자의 환한 표정, 상냥한 말투를 통해 자연스러운 친절함이 묻어나올 때 비로소 군민들은 공무원들에게 후한 점수와 격려를 보낼 것이다.

죽비처럼 내 생각을 깨우쳐 준 그 공무원의 싸늘한 표정. 그의 얼굴이 요즘 우리가 착용할 수밖에 없는 이 마스크로 가려져 있을 거로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모두 마스크를 벗는 날 그의 얼굴도 꼭 밝아져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군 청사에 들어오시는 우리 군민들과 창구에서 마스크를 벗고 마주보며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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