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박금남
지난 7월30일 실시된 재보궐선거는 호남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새정치민주연합 완패지만 내면을 보면 호남정치 야당의 붕괴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세월호 정국으로 민심흐름을 보여주는 미니총선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15곳의 선거구에서 4곳만 승리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도 지난 2012년 총선과 같이 새정치민주연합이 결코 질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열렸지만 패배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 후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일과 2일 전국 만 19세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요인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7.6%가 ‘새누리당이 잘했다기 보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잘못해서 이긴 선거’라고 답했다.

설상가상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의 텃밭이었던 호남의 순천·곡성마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내줘 우리나라 정치사에 이변의 족적까지 남기게 됐다. 여당에게 전남지역을 내준 것은 지난 1988년(13대 총선) 지역별로 한 명의 국회의원만 뽑는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 후보가 ‘예산폭탄’ 공약 공방을 빚으면서도 큰 표차로 당선된 데는 지역민들의 지역경제 발전을 우선하는 점이 반영됐다. 그 동안 지역에 기대 온 영호남의 구시대정치 상징의 낡은 정당구도 틀을 깼다는 점도 의미가 크지만 지역구도 타파보다는 지역경제 발전에 후순위에 불과하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이 당선자는 ‘나홀로 유세’를 벌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지도부가 총동원되다시피 하며 정권심판론을 외쳤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우선하며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 이었다. ‘묻지마 2번’ 도 지역경제 발전 앞에서는 안 통했다. 순천·곡성 선거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나주·화순선거도 김종우 새누리당 후보가 22.20%(나주 27.46%, 화순 12.65%), 담양, 장성, 영광, 함평선거 역시 새누리당 이중효 후보가 18.70%(담양 12.42%, 장성 21.36%, 영광 19.86%, 함평 23.19%)를 얻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20% 안팎의 지지율로 이제 호남이 더 이상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 아니다는 상징적 의미를 남겼다.

결국 패배 책임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사퇴로 일단락 됐다. 이들 두톱 체제는 지난 3월26일 야권 통합 출범 4개월만에 막을 내렸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정부상태다 시피 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참패는 제1야당으로 대안 제시보다는 세월호 참사라는 단일의제에만 매달려 국민과 지역민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읽지 못한 데서 여론이 등을 돌렸다. 7월초만 해도 분위기는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쏠렸다. 새누리당은 인사실패로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6·4 지방선거에 나타났던 ‘박근혜 마케팅’도 자취를 감출 만큼 원내 과반의석을 사수할 수 있는 4석에 한 두 석만 더 건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러면서 민생경제 활성화와 국정운영 안정론을 들고 표심을 파고들었다.

반면 야당은 원칙없는 전략공천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여론의 반감과 세월호 심판론에 의존한 단순한 선거전략이 민심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내부논리에만 집착한 자중지란 대가를 치렀다. 야당은 다수당, 집권당이 되려 하기보다 각 계파가 당내 권력을 갖는데 주력하고 다른 계파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했다.

호남 지역의원들 역시 수십년간 경쟁 없이 호남의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기정치에 매몰돼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 온 감도 없지 않다. 호남을 근거지로 한 민주당 계열 정당은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세번의 총선과 두 번의 대선, 두 번의 지방선거를 경험했다. 그 동안 야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비상대책위원회 구성→조기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로 2004년 총선부터 현재 박영선 대표 권한대행까지 야당 대표는 모두 24번 교체됐다.

이정현 당선인이 지역민에게 강조했던 ‘지역발전론’과 ‘예산폭탄론’이 위력을 발휘 한 것은 지역민의 지역 경제발전의 바람이 보태졌기에 가능했다. 여야를 떠나 내 지역에 누가 더 발전을 시킬 것인가를 두고 호남의 야당 자존심도 버렸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묻지마 2번 투표’로 지역민들의 성향만을 믿고 별다른 공약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권심판론만 외쳤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표에서 나타난 민심의 깊은 곳을 헤아려 민생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자성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번 호남의 유권자들의 표심 속엔 새정치연합, 호남 정치권에 대한 경고가 들어있다. 확실히 개혁하여 호남 정치를 복원해내지 않으면 호남의 권익을 보호하기 어렵고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도 어려워 정권 교체의 길을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2년후 총선의 승패는 여야 정당의 내부혁신 경쟁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근시안적인 각종 대책이나 방안을 나열하기 보다는 당내 계파정치 청산과 당 제도 개혁 등 진정한 혁신을 통해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텃밭이라 자부한 전남에 전략공천 등 오만의 정치를 자행하면서 지지기반이 크게 약화되고 있어 지역민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정치력을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여야의 승리를 떠나 32%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가지고 민심을 반영했다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오랜 경기침체로 군민들은 정당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는 점도 이번 선거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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