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이주여성 441명…다문화 자녀 751명
생활고 때문 학원은 엄두조차 못내
교사 다문화 인식 강화 필요…‘함께’ 공교육 활성화 시급

▲ 이주여성 한글교실 수업장면

‘농어촌 총각 장가보내기’등으로 1990년대 초부터 붐을 타기 시작했던 국제결혼. 무안지역도 1990년대 초부터 종교단체나 결혼 알선업체 등을 통해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정착하기 시작해 다문화 가정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이주여성들을 어디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을 만큼 그들은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의 일원이 됐다. 그런데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그들 포용이 관대하지가 않다. 때문에 편견과 차별의 고통속에서 여전히 그들은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만 해도 그들에게는 한국이 희망의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자녀들에게까지 대물림되는 이방인의 현실을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문화가족은 전국적으로 4만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무안지역은 9월말 현재 14개국 다문화여성으로 441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정부를 비롯해 시군 지자체들은 아직 다문화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총괄 ‘컨트롤 타워’가 없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는 정책의 중복 추진사업을 파악, 생색내기(?) 지원의 비효율성부터 줄여야 한다.

단일민족을 자랑했던 우리나라의 다문화는 이제 현실이다. 1차 다문화가족지원정책기본계획(2010-2012년) 시행도 여러 해 지났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하다. 특히 문화적 갈등에다 언어 소통 부족 등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자녀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챙겨야 할 중요 현안이다. 감수성 예민한 어린 시절에 정체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격리된 생활이다. 다문화 자녀에 대한 따돌림과 이에 따른 예측가능한 사회적, 교육적 문제 해결책도 필요하다. 아울러 언어 소통 및 보육·교육 문제, 직업 다변화 등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거쳐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나아갈 방향, 그리고 그들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주여성들
2. 갈길 먼 다문화 자녀교육
3. 이제는 ‘다문화 사회’

◆전남 다문화 학생 2% 육박=전남지역의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다문화사회’는 현실이 됐다. 따라서 다문화 학생들을 우리 공교육 체제로 끌어안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교육부가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국내 초·중·고교 재학중인 다문화학생을 조사해 지난 8월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5만명을 넘었다.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은 0.86%이다. 이 중 전남도내 다문화 학생은 4천427명으로 전체 학생(23만8천884명, 유치원생 제외)의 1.8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09년 2천500명과 비교할 때 4년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중·고교생보다 초등학생의 비율이 훨씬 높았고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제외한 공·사립 유치원생 만도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국적별로는 일본과 필리핀이 각각 1천307명과 1천225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도 1천52명으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으며, 베트남(453명)과 태국(142명)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전남도교육청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증진과 다문화사회에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문화교육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사회 이해 교육과 인성 교육을 실시하고, 이중언어학습 기회를 제공해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또 다문화 학생을 위해 맞춤형 멘토링을 실시하고 다문화 가정 봉사동아리를 지원하며, 중도 입국자녀를 위한 전담 코디네이터제를 도입·운영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다문화 글로벌 선도학교와 다문화 연구학교를 지정·운영하고, 다문화 이해를 위한 교원 연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증하는 다문화 학생의 교육 지원을 위해 올해 13억원의 별도 예산을 편성했다”면서 “다문화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시·군 다문화가족센터나 이주여성인권센터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무안 다문화가정 자녀 751명=9월말 현재 무안지역에는 441명의 다문화 가정이 살고 있다. 이주여성과 한국 남편 사이에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9월말 현재 1∼5세 521명, 6∼13세 143명, 14∼19세 83명, 19세 이상 4명 등 총 751명이다. 가족당 평균 1.7명 꼴이다.

2007년 9월말 무안군 다문화가정 자녀가 208명을 감안할 때 6년 사이 543명이 늘었다.

무엇보다 1세부터 5세까지 자녀가 521명을 차지, 농어촌 출산률 감소 속에서도 이들의 출생이 인구수 유지의 한 요인도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혼 가정이 꾸준히 늘고 출산율 역시 증가로 볼때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농어촌 학생 7∼8명중 1명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7세 이상부터 취학, 대부분 관내 학교로 진학한다.

이들 아이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기초학력은 무난히 따라오지만 취학 초기 2∼3년 동안 또래보다 언어 발달 및 학력이 부진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한국말 서툰 어머니와 무관심한 아버지의 ‘여건’상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가장 크다. ‘여건’이라는 것은 외국인 어머니들이 한국말에 어눌하다보니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 한 가정학습을 기대할 수 없다. 영유아기부터 조기 교육열이 높아지다 보니 초등학생 대부분은 한글 읽기와 쓰기, 간단한 덧셈, 뺄셈은 미리 익히고 입학하는 게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다. 말을 할 줄 모른다는 개념이 아닌, 제대로 ‘잘’ 구사하지 못한데 따라 학교 수업에서 이해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 어머니와의 대화 부족으로 인해, 당연히 유아기 때부터 언어발달이 지체돼 학습능력과 이해력이 크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춘기 도래=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출신 국적이 다른 어머니를 부끄러워 하거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될 우려가 크다.

때문에 유아기나 초등학교부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로 학교에 다니는 관내 다문화가정 자녀들 중 일부는 또래 부적응과 외톨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 중학교 이상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230명으로 2007년 9월 74명에 견줄 때 6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중학교 이상 학생도 87명이나 된다.

◆문화적 갈등 커=문화적 갈등에다 언어 소통 부족 등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자녀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챙겨야 할 중요 현안이다. 감수성 예민한 어린 시절에 정체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격리된 생활이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12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는 8월말 현재 26만6천547가구 가구에 이른다. 이들은 자녀 양육 등이 고민거리이다. 다문화 가족 자녀의 사교육 비율은 64.8%였다.

또한, 평일 저녁식사 후 활동(복수응답)은 TV·비디오 보기(47.1%), 쉬거나 잠자기(32.6%), 인터넷·게임(29.4%), 공부·숙제(30.3%), 학원·과외(6.5%) 등으로 답해 일반 청소년보다 학습 활동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 다문화가족 가을운동회 중 ‘강남스타일’ 댄스를 추고 있다.


◆교사 다문화 인식 부족=다문화 교육은 피부색이나 핏줄은 다르더라도 한국인이면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현실은 아직 거리가 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다문화 가정 자녀교육 지원’ 계획을 수립해 다문화 교육정책을 펴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부터다.

2007년 교과과정 개정으로 ‘배달민족’이나 ‘단일민족’ 같은 용어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빠졌다. 하지만 단어 몇 개가 사라졌다고 다문화 친화적인 교육이 이뤄진 건 아니다. 다문화를 보는 시각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고 다문화 사회에 맞는 교과과정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에서 교육은 결국 교사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교사들이 다문화 교육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대나 사범대에 재학 중인 교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 교육강좌나 현직 교사에 대한 다문화 교육 연수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영어가 미숙한 이주민 자녀에게 보조교사를 붙여줘 일정 수준의 언어 능력을 갖출 때까지 도와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다문화 가정 자녀를 따로 구분 짓는 현재의 지원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나 지역에서도 ‘다문화 가정 자녀 모여’ 식으로 각종 행사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은연중에 이들을 구분 짓고 도와줘야 한다는 형태로 대상화 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일반 학생의 인식 개선에 정책의 무게 중심을 더 두고 교원 연수의 확대를 비롯한 다문화 교육 선진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다문화 사회의 핵심은 통합이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가 중심이 돼야 한다.

◆공교육 자녀지원 미흡=이주여성들도 자신들이 언어 장벽에 부딪히고 경제적 어려움도 크지만 이구동성으로 걱정하는 것이 바로 2세 교육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소통이 되지 않아 자녀의 공부를 도와주지 못한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 가정 구조 상 자녀 교육을 아내에게만 맡기는 경우나 아버지의 교육 수준이 낮을 때에는 무관심해진다. 관내 상담기관들에 따르면, 이주여성 가정에서 심심찮게 나타나는 가정불화, 폭력, 고부갈등 현상도 자녀의 가정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남도교육청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기본 계획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 지도를 위한 교재(자료) 개발·지원, 교원연수, 장학지도 강화 및 학교평가·교육청평가 반영,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정책연구학교 등을 운영하고, 지역 교육청에도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이나 관내 학교들은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이들이 학교에 들어와도 ‘특별수업’ 같은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아 가정에서의 학력부진은 그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담임선생님이 특별히 관심을 쏟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성교육, 문화교실, 특별교육 등을 시행하는 학교도 거의 없다. 이는 교육계 일각에서 특별 수업 등을 따로 갖는다는 자체가 차별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관내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청계어린이집, 성남어린이집 등에서 읍·면 8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부방 내지는 어린이집 등에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편이 어려워 학원이나 과외 등은 엄두조차 못 낸다.

무안무지개아동센터 이경재 센터장은 “관내 이주여성들은 출신 나라에서 고학력자들이 꽤 많지만, 자신들이 자녀들보다 한국말을 더 못하기에 가정 학습을 못 시켜줄 수밖에 없다”며 “학교 수업을 봐주지 못한다는 한계 역시 이주여성들에게는 적잖은 고민으로, 방과후 학습지도 등 별도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비 지원 예산 마련해야=농어촌 이주여성들의 국제결혼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시골 가정으로 시집을 오는 경우가 많다. 이주여성들이 심심찮게 집을 나가는 현상은 결혼 전 코리안 드림이 현실 속에서는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관내 이주여성들도 60% 넘는 수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농어촌 빈곤한 가정으로 시집와 살고 있다.

이에 정부 급여가 지원되는 가정을 제외하고는 자녀 교육비 지원과 같은 별도 예산 지원은 전혀 없다. 특히 사교육이 필수가 된 교육 환경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취미 활동이나 보습 등을 위해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경우가 드물어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다. 또한 기초학력을 중요시하는 초등학교를 벗어나면 학업 성취도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교육비 문제가 일반 가정만큼 다문화 가정에게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꼭 교육비 문제라고만 볼 순 없지만 많은 이주여성들이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자녀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다. 때문에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에 기여를 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교육비 예산 편성도 고민 해 볼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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