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설날을 앞두고 집에서는 엿기름을 이용해 엿을 만들었다. 검은 솥단지에 밤새 군불을 지피며 주걱으로 저어가며 만든 엿은 작은 독에 담아 광독에 넣어 두고 조금씩 꺼내 쑥떡에 찍어 먹으면 별미 중의 별미였다.

이날 설날에는 집집마다 똑같은 떡을 했고 엿을 만들었음에도 이웃집과 서로 주고받는 나눔을 실천, 어느 집을 가든 먹거리는 풍성했다. 때문에 집집마다 설날 연휴에는 끼리끼리 모여 밤샘 놀이를 즐겼고,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일찍 도외지로 직장 생활로 떠난 형님 누이들의 도시 생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오순도순 보내는 시간도 하나의 놀이 문화였다. 여기에 마당이 넓은 집안에서는 멍석에 풀물로 윷판을 그려 놓고 마을이 떠날 듯이 소리를 질러가며 윷가락을 놀릴 때면 마을민 남녀를 불문하고 함께 모여 웃고 즐기기도 했다. 또한 마을청년회의 주관으로 노래자랑이 펼쳐져 부상으로 바가지, 세수대야 등 생필품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같은 모습이 사라졌고, 시골풍속도 급격히 변했다. 이웃간에 왕래가 없는 것은 물론 최근 고향을 찾은 향우들의 귀향조차 모를 만큼 시골의 밤은 조용하고 일찍 불이 꺼지기가 일쑤다. 심지어는 고향에 사는 노부부들이 역귀행하여 설날을 보내는 경우도 많아 설날을 전후해 시골에는 빈집마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흥미거리가 없는 고향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은 마음에서 고향을 지워 가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돌아오는 시골, 정취가 베어나 향수가 되살아나는 시골을 만들어야 한다. 옛 고풍을 살리고, 민속놀이를 재현해 1년 중 명절 한 때만이라도 고향을 떠난 사람이 고향을 찾아 마을마다 들끓는 곳을 만들기 위해 행정의 지원과 더불어 마을단위 청년회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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