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통합의대 신설안’ 제출…정부 ‘선 대학 선정, 후 추진’ ‘조건부’
순천시장, 순천대↔목포시장·무안군수…“단일 의대 시 우리가 적임”
전남도 “각자 의사 표명이 갈등으로 비쳐선 안돼”…의대 유치 물거품 우려
전남도, 올해 안 의과대학 신설안 확정…‘통합의대’·‘단일의대’ 지역 의견 수렴·정부 협의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 전남 의대 설립 청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설립 추진 의사를 밝히자 공동 의대를 추진하던 전남대와 목포대가 단독유치 의향을 보이는 하면, 지자체들도 자기 지역으로의 단독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동서간 지역 갈등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어느 대학이 (의과대학 설립을) 할 것인지 정해지면 임기 중 추진하겠다”고 조건을 달고 의견 수렴 주체를 전남도로 넘기면서 김영록 지사는 주민 의견을 수렴한 타당 안을 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동서 지자체들이 자기 지역에 의대를 유치해야 하는 근거와 논리를 앞세워 주장하면서 갈등으로 치닫고 있어 김영록 지사의 중재자 리더십 역할이 광주민·군공항 무안이전 문제에 이어 시험대에 올라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도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 전남도,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신설안 방침

현재, 전남도는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신설안을 지난 18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제출할 만큼 목포대와 순천대간 통합 의대 유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의대 신설이 도민의 통합 정신·명분·방향에도 부합하고 양 대학 중 어느 한쪽이 됐을 때보다 좋은 결과”라며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신설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남의 롤모델은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 의대로, 서부캠퍼스와 동부캠퍼스에 각각 의대를 운영 중인 사례를 벤치마킹 해 목포대와 순천대에 통합형 의대를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 정부, 선(先) 대학 선정, 후(後) 정부 추진

하지만 전남도가 구상하는 통합의대안은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목포와 순천에 의과대학 캠퍼스를 각각 두는 것이어서 국내에 전례가 없어 의견 조율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여기에 통합의대안 정부 제출이 빨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전남도는 “정부가 의대 증원 2천명 대학별 배정 발표 때 전남 의대 신설 인원도 포함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통합의대 안을 제출했다”며 “통합의대 안이 수용 안 되면 차선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의 전남 의대 신설 전제조건은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의견을 수렴해 전남도가 정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밝혀 ‘선(先) 대학 선정, 후(後) 정부 추진’으로 전남도의 통합의대 신설안이 배치돼 정부가 받아 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의대설립이) 지방정부에서 주문하는 대로 그대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며 “전남도가 주민 의견을 모아오고 그 다음에 그게 타당성 있는지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동서 지자체·대학간 유치 경쟁 갈등

이 과정에서 순천시와 순천시의회가 먼저 전남도의 통합의대에 반대하고 단독의대 유치를 주장하고 나서 유치경쟁에 불을 지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 15일 성명에서 “전남 동부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전남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현장이 많아 외상센터 등 여러 분야의 의료시스템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순천시는 전남 동부권의 실질적 중심도시이며 순천대는 전남 유일의 글로컬30 대학으로 선정돼 전남지역 의대 신설은 당연히 순천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수요가 많은 곳에 의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자 박홍률 목포시장은 18일 성명에서 “전남도의 통합 의대 신설 원칙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정부에서 단일 의대 방침을 정하게 되면 의료취약지인 전남 서부권인 목포대에 의과대학이 유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인력 부족으로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해 최근 5년간 1,400여 명의 환자가 전남대병원에 도착했으나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전남 서부권이 ‘의료 취약지역’이란 점을 내세웠다.

김산 무안군수도 19일 입장문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불가능했던 전남지역 의대 신설의 청신호가 비로소 찾아온 만큼, 소중한 기회가 자칫 지역 간 불협화음으로 무산돼서는 안 된다”면서 “큰 틀에서 전라남도의 추진 방향에 동의하지만, 정부의 방침이 변경된다면 상대적 취약지역인 서남권(목포대)에 신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동서 지자체간 유치전이 불붙자 목포대와 순천대도 내심 단독 유치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순천대는 지난 1월22일 이병운 순천대 총장과 송하철 목포대 총장이 만나 공동으로 의대를 신설 운영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합의한 약속을 깨고, 18일 입장문에서 산업재해 대비, 장소 확보, 의료진 정주 여건 등을 내세우며 단독 유치 입장을 발표했다.

목포대는 지난 20일 송하철 총장이 “지난 30여 년간 의사 없는 섬과 농어촌에서 참고 살아온 전남 도민의 국립의대 신설 염원에 대해 정부가 드디어 화답 한 것에 매우 감격스럽다”면서 “전남도와 함께 서부권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역별로 단독 유치 의견 표명은 할 수 있겠지만 선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각자의 의사 표명이 갈등으로 비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김모 씨는 “정부가 전남권 의대 신설 문제를 언급하고 추진 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며 “목포와 순천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 만큼, 지사가 정부를 설득해 목포대와 순천대에 각각 의대캠퍼스가 설치되게 하든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 전남 의대신설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주민 박모 씨는 “통합 의대를 목포와 순천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개인의 정치생명 연장용으로 풀어 나가려고 할 때는 갈등만 깊어져 윤 대통령 임기 내 의대 신설이 어려워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전남도, 올해 안 의과대학 신설안 확정

전남도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 의대 신설을 매듭짓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올해 안 ‘의대 신설안’ 확정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키로 했다.

지난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의대 신설 규모와 형태 등을 정부와 협의하면서 지자체와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의대 신설 최종안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전남도는 현재 보건복지부·교육부에 ‘통합 의대’ 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는 순천대와 목포대의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양 대학에 의대 캠퍼스를 각각 설치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전남도는 만약에 대비, ‘단일 의대’ 방안까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지역 의견을 수렴키로 하여 향후 도출될 최종 의대 신설안의 방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단독 의대안은 현실적으로 단시간 내 순천대와 목포대의 대학 간 통합이 어렵기 때문에 두 대학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한 대학을 선정하자는 것이다.

한편, 전남도는 신속한 추진을 위해 보건복지국 산하에 신설한 의대유치추진TF 인원·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2027년) 내에 의대 신설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의대 신설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 예산 확보, 2027년 내 의대 교수진 확보, 의대 시설 완공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남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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