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모든 출생아 18세까지 출생수당 ‘월 20만원’ 총 4천320만원 지원
정부·지자체…아동수당·부모급여·첫만남 이용권, 출산장려금 등 지원책 수두룩
무안군 매년 출생 500여 명, ‘출생수당’ 갈수록 눈덩이 재정운영 발목

[무안신문] 

전남에서 태어나면 올해부터 누구나 최소 월 20만원씩, 18년 동안 출생수당을 받게 된다.

세 자녀 가구는 1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게 되고, 국가 지원을 보태면 두 자녀 가구도 억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초저출생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양육지원 체계를 학령기까지 확대·개선한 ‘출생수당’을 도입하여 출생 후 17년간 매월 2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출생수당 지급은 조례 제정, 예산 협의 등을 거쳐 빠르면 오는 8월이나 9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책이 근본적 인식개선 없이 국가적 위기로까지 거론되는 지역 소멸과 인구 감소 문제를 극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자체와 정부에서 출산 관련 각종 지원금이 있다보니, 출산수당이 중복 지원 가능성이 높고, 해를 거듭 할수록 출생수당이 눈덩이처럼 불어 지자체 예산 일부를 잠식, 예산 운영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 인구절벽 해소 고육책

전남은 2013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처음 발생한 이래, 최근 10년간 출생아수가 48.8% 감소하는 등 전국 제1의 소멸위기 지역으로 예측됐다. 통계청도 인구 변화 추이가 이 상태로 진행되면 2030년 전남 인구가 160만명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 차원에서도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이다. 전남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0년 1.54명에서 2022년 0.97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 출생수당 20만원 지원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도내 22개 시장·군수는 지난 14일 전남도청 왕인실에서 전라남도·시군 출생수당 ‘318 프로젝트’ 공동추진 업무협약식을 갖고 올 이후 전남 출생아에게 17세까지 18년간 매월 전남도 10만원, 해당 시군에서 10만원씩 출생수당을 지원해 총 20만원이 지원된다.

김 지사는 이날 협약식에서 “독일은 18세까지 매달 36만원, 스위스는 16세까지 19만원, 네덜란드는 17세까지 38만원의 출생수당을 지급하면서 출생률이 1.5명 이상으로 올라왔다”며 “국가적인 위기에서 국가가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전남 차원에서 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 출생 지원책 다양

출산 지원책은 다양하다. 정부의 지원과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의 경쟁적인 지원책은 사실상 넘쳐난다. 

전남도와 시군 출생수당을 함께 받으면 올해 태어난 아이는 18년간 총 지원액은 4천320만원이다. 두 자녀 가구는 8천640만원, 세 자녀 가구는 1억2천96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아동수당(10만원)이 7세까지 지원되고 있어 국비(현금성 지원)까지 더하면 첫째 7천280만원, 둘째 1억4천660만원, 셋째 2억2천4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정부가 올해부터 만 0살 아동 가정에게 월 100만원, 1살 아동 가정에는 월 50만원씩 ‘부모급여’가 지급된다.

이와 별도로 출산 시 각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별도 출산 지원금도 있다.

도내 지자체는 재정 여건에 따라 지급 액수는 다소 다르지만, 출산장려금으로 첫째 아이 기준으로 평균 564만원을 지급하고, 지자체 출산장려금 성격의 ‘첫 만남 이용권’으로 첫째 200만원, 둘째 이상은 3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무안군은 출산 및 양육 지원으로 △첫 만남 이용권 200만원 △신생아 출산시 양육비(첫째 15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1,000만원, 넷째 이상 2,000만원) △부모급여·아동수당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올 3월부터는 한시적이지만 목포·순천·여수·광양·나주시와 무안군 소재 초등학생에게 월 5만원, 나머지 16개 군 소재 초등학생에게 월 10만원의 학생교육수당을 지급한다.

◆ 출산장려금 ‘파격 지급’ 효과 미흡

전남 일선 시·군들이 인구 늘리기 정책으로 앞 다투어 출산장려금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인구 유입효과는 크지 않아 지자체장들의 예산낭비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지난해 1월말 기준 도내 22개 시·군 출산 장려금 지원 현황을 보면 출산장려금 평균은 첫째 기준 564만원, 둘째 기준 742만원이다.

도내 시·군 중 출산장려금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강진군으로 첫째 아이부터 일곱째 아이까지 출산 때마다 아이당 매월 60만원씩 84개월 동안 모두 5천40만원의 육아수당을 지급한다. 고흥군은 첫째·둘째·셋째아까지 1천80만원, 진도군은 첫째와 둘째 아이에게 1천만원을 지원한다.

무안군은 첫째 15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1,000만원, 넷째 2,000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문제는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늘렸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인구 증가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노리고 전입하면서 단 기간 인구는 증가하지만, 일정 기간 이후 떠나는 ‘먹튀’로 인구가 다시 감소하는 역효과를 냈다. 결국 출산 장려금 지원으로 인구를 늘리면 이웃 지역 인구 감소를 초래하는 ‘핑퐁 게임’인 셈이다.

◆ 중복성 지원예산, 지자체 재정운용 발목

문제는 도와 시·군이 의기투합한 데는 저출산과 인구 절벽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과 행정적 절박감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재정도 넉넉하지 못한 실정에서 전남도의 ‘출생수당’ 지원이 얼마나 출생율을 높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높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까지 18년간 저출생에 대응 약 380조원을 투입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출생수당은 당장 올해 0세부터 시작돼 매년 예산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긴축재정 기조 속에 재정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안군만 보더라도 최근 3년 출생아 수는 2021년 457명, 2022년 498명, 2023년 470명 등 3년 평균 475명이 출생한다. 빠르면 올해 8월부터 지급해야 하는 출생수당 매칭예산은 3천여만원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8천만원, 2026년에는 1억3천 만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 저출생 대책, 내 삶이 불안한데 아이 낳을까

지금 우리의 저출생 대책은 ‘결혼하면, 아이를 낳으면 뭘 준다’는 식이다. 내집 마련도 안돼 있고 수입도 안정적이지 못한 청년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여당인 국민의힘의 공약은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고, 아빠의 유급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고,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가족친화형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야당의 대책은 두 자녀 출산시 24평 주택, 세 자녀 출산시 33평 주택을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고,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원을 대출해주고, 8~17살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아이돌봄서비스를 확대하며, 육아휴직급여에 더해 ‘워라밸 프리미엄’ 50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가진 모든 국민에게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책 내용은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집 주고 돈 준다는 것이다. 과연 청년들의 생각이 바뀔까?

저출생의 원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답을 모르지는 않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 변화’ 결과에 따르면 세대·성별 간에 결혼과 출산, 일과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에서 자살률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이런 나라에서 청년에게 아이를 낳으면 집 주고 돈 준다고 하면, 아이를 낳겠는가?

◆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이 먼저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젊은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출산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출산 장려금 정책은 해당 지자체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돼 출산장려금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특히, 출산장려금 정책만으로 출산율이 낮아 인구 증가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은 그 지역에 거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출산에 집중하기보다, 주거 지원이나 보육 환경개선 등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무안군관계자는 “지자체 세수가 줄어 재정 압박이 심화될 경우에 대비해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기존 출생·육아수당에 대한 일몰제 도입 여부와 방식, 조례 제·개정 등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며 “출산장려금이 지자체마다 차등 지급되는 것도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출산장려금 지급기준을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 김모 씨는 “현재 출산지원금은 아이를 낳으면 부자가 된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는 홍보 같아 안타깝다”며 “다양한 지원책도 좋지만 차라리 아이를 낳으면 1억씩 목돈 지원으로 저축을 해두고 교육 양육비로 계획성 있게 쓸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지원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용돈주기에 불과하다”며 “나눠 주기식 지원은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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