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감나무, 벚나무 등 가로수·조경수 등 활엽수종 ‘몸살’
유충 길거리 엉금엉금 ‘흉측’…집으로도 기어 들어와
이상기온, 10월에도 출몰…예찰·방제비 확대 필요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활엽수 킬러’로 불리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전국 곳곳에 퍼져 가로수와 조경수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 여기에 미국흰불나방은 피부에 닿으면 피부병이나 각막염 등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올해는 고온 다습한 날씨 탓에 주로 여름철에 나무에 피해를 주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나뭇잎이 낙엽으로 변하는 시기인 10월에도 창궐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흰불나방은 생김새가 송충이와 비슷하며 이동속도가 빠르고 한마리가 600~700개의 알을 잎 뒷면에 낳을 만큼 번식력이 뛰어난다. 유충시기에 뽕나무, 감나무 등 유실수를 비롯해 가로수 및 조경수까지 활엽수림이라면 가리지 않고 잎을 갉아먹어 피해를 준다.

유충이 어릴 때는 실을 토해 거미줄 같은 흰 실이 흉측하게 엉켜 잎을 싸고 집단으로 모여서 갉아 먹다가 5령기 이후에는 분산해 잎맥을 제외한 잎 전체를 갉아 먹다보니 광합성을 못하고 결국 나무가 죽게 되기도 한다.

이 같은 피해가 전국에서 발생하자 지자체들은 가로수와 주택가를 돌며 긴급 방제작업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더구나, 겨울철 따뜻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겨울을 무사히 날 가능성도 높아져 해를 거듭할수록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산림청은 지난 8월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내려진 산림병해충 발생 예보를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하고 흰불나방 유충 활동시기인 9월까지 집중 방제했다. 그러나 활엽수 잎에서 알을 무더기로 낳고 벌레집 안에 숨어 활동하는 특성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 산림청 조사 결과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배 이상 증가했다.

무안군도 올해 남악과 일로읍 가로수와 조경수 일부에서 미국흰불나방 피해가 발생하는 등 읍면 전역에서 크고작은 피해가 발생, 1억3천여만원의 병해충방제비를 모두 소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불무공원에도 쐐기 같은 성충이 땅을 기어 다녔고, 이를 미쳐 보지 못하고 밟고 지나가거나 나무에서 떨어진 유충이 벤치 등을 점령해 앉을 수가 없다는 민원으로 무안군이 긴급 방제했다.

문제는 주택가 감나무, 단풍나무, 벚나무류 등 활엽수 종에 피해를 주는 특성 상 이들 수목들이 집 주변에 있는 경우 성충이 집안으로까지 기어들어 오는 피해까지 늘고 있다는 것.

주민들은 “방치할 경우 인근 밭이나 농경지로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며“예방 차원의 방제가 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훨씬 많은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올해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유충의 생존과 활동량이 급증했다”면서 “번식력이 워낙 왕성해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뿌려도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병해충방제 예산을 확보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흰불나방은 1958년 북미에서 한국으로 수입목재를 들여오면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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