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없는 첫 명절에도 고향 찾는 귀성 포기 늘어…경제심리 위축
‘한가위만 같아라’ 옛말 …친척 모임·음식 ‘최소화’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맞는 첫 명절이다. 하지만 고향을 찾는 귀성자들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위축된 경제심리가 귀성 포기의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정모 씨는 올 추석에 부모님의 권유로 고향을 방문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씨는 “부모님이 돈도 많이 드는데 굳이 내려오지 말고 하셨다”는 이유지만 경기가 어렵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월30일부터 지난 9월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는 명절 연휴에 1박 이상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귀성 기피 현상은 국제유가 상승과 농산물·서비스 가격 오름세로 경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데 있다. 실제, 집중호우로 인한 농산물 물가 상승과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 농림수산품은 5년 만에 가장 크게 가격이 올랐다.

그러다 보니 추석 성수품을 사야 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국 필요한 양만 사겠다는 것, 풍성한 한가위는 옛말이 됐다.

지난 19일 무안오일장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는 “생선 몇 마리와 과일 몇개 샀는데 7만원이 나갔다”며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추석 장보기에 나선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오른 성수품 가격에 혀를 내두른 것은 마찬가지이다.

지난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사과와 배, 포도 등 대부분의 과일 가격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

이날 선물세트용 사과로 쓰이는 홍로(상품) 중도매 가격은 10㎏ 8만5천600원으로 1년 전(5만7천500원)보다 48.8% 오른 값에 판매됐다. 배(신고, 15㎏)도 7만6,000~8만4,000원으로, 전년(6만1,800원)보다 최대 35% 이상 올랐다.

과일값 강세는 올 여름 장마철 폭우, 일조량 부족 등으로 인한 전년대비 19% 생산 감소와 생육기인 봄철 저온 피해에 더해 여름철 잦은 강우와 폭염까지 겹쳐 착과수 감소·저품위과 등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 양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데도 ‘헛손질’뿐이다.

정부는 20대 성수품을 기준으로 보면 2022년 대비 가격이 하락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 즈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에 비해 6%에 가까운 고물가였던 점을 고려할 때 ‘전년 대비 가격 하락’이라는 설명은 체감물가와는 괴리가 있어 “지난해보다는 낮아졌다”는 정부의 해명이 옹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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