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 속 시간당 30㎜ 이상 호우 빈번…아열대 ‘스콜’ 현상 닮아
강수 이후 날씨 선선해지는 특징 사라지고 온도변화 없이 체감온도 치솟아
7월 장마와 8~10월 각종 태풍, ‘스콜’이 끼면서 언제든 물폭탄 가능성
재난관리체계, 예방 중심 매뉴얼 개편 필요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전남 지역이 아열대 기후를 닮아가는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 여름 전국이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천둥·번개를 동반, 국지성 폭우가 특정지역에 시간당 50~100mm가 쏟아져 피해를 키웠다.

일반적으로 건조한 공기가 원인인 소나기는 강수 이후 날씨가 선선해지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최근 전남에 주기적으로 소낙비가 내린 후에도 급격한 온도변화는 없다. 오히려 온도는 유지된 채 습도만 높아져 일최고 체감온도만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무안지역은 장마기간 이었던 지난 6월27일 현경면 시우량이 70mm, 7월14일 해제면 58㎜, 7월24일 남악 63mm, 무안읍 교촌리 60.5mm의 물폭탄이 쏟아지는 등 6월25일 장마 시작이후 장마가 끝난 7월25일까지 읍면 평균 강수량이 819mm로 지난해 읍면 연간 평균 강수량 717.7mm를 훌쩍 넘겼다. 장마기간 전남에는 평균 755.5㎜의 비가 내려 전남에 가장 많은 장맛비가 내린 1985년(751.5㎜)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특히, 장마가 끝난 지난 8월23일에도 무안읍엔 낮 2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1시간 동안 55㎜의 폭우가 쏟아졌다. 같은 기간 무안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최근 전남 일부지역에서 시간당 30㎜ 이상 강도의 소나기가 빈번하게 내리고 있다. 특히,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쏟아붇어 하천범람과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폭염에 주기적으로 내리는 강한 소나기는 동남아 일대 아열대 기후에서 보이는 ‘스콜’현상을 닮았다. 곧, 한반도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아열대기후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과 맞물린다.

일반적으로 소나기는 뜨겁게 달궈진 지표면에서 발생한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상층부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내린다. 스콜은 더운 낮에 가열된 뜨거운 공기가 상승한다는 점은 소나기와 같다. 그런데 스콜은 상층에서 뜨거운 공기가 식어 구름을 만들고 국지성 호우를 내리게 하는 패턴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열대 기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연간 가장 기온이 낮은 최한월 평균기온이 18도 이하 △연간 가장 기온이 높은 최난월 평균기온이 22도 이상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연중 8개월 이상 등 세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10년(2013~2022년) 전남지역 월평균기온 모든 해에 최한월·최난월의 평균기온이 아열대 기후 기준을 만족했다. 1년 단위로 살펴보면 연중 8개월 이상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어 아열대기후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 해가 10년 중 절반 이상인 7년에 달했다.

이처럼 남부지방이 이미 아열대 기후 특성을 보이면서 여름철 비 피해는 장마나 태풍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7월 장마와 8~10월까지 각종 태풍이 접근하며 비 피해가 발생했지만 ‘스콜’이 끼면서 언제든 물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갈수록 예측 불가한 재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자연재난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재난관리체계가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사후 복구 중심의 재난관리체계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현재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의 30%는 예방에, 70%는 복구에 쓰는데 선진국은 70%를 예방에, 30%를 복구에 쓰고 있을 만큼 예방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형태의 천재지변 재난이 인위적인 사전 대책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도록 발생하고 있고, 갈수록 더 극심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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