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장수와 행운의 상징으로서의 연

연은 영어의 로터스(lotus)로 연과 수련을 함께 취급하며, 장수와 건강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일반식물과 달리 연만이 가지는 창조, 재생, 비옥, 다산 등을 상징하는데 고대 이집트 신화나 벽화에 자주 등장한다.

이집트에서는 연이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줄기는 물에 서 있으며, 꽃은 대기중에서 자라서 뿌리, 줄기, 꽃이 지하의 세계, 지상의 세계, 즉 하늘의 세계를 의미한다고 보았으며, 연이 밤이 되면 꽃잎을 닫고 새벽이 되면 첫 빛을 받아 다시 피어난다고 하여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는 윤회적 특징을 지닌다하여 신성하게 여겼다.

인도에서는 기원전 1,500년경에 성립한 리그베다 이전에 이미 백련이 지모신으로 찬양받아 왔고, 힌두 신화에 신이 거주하는 곳 바이쿤다는 연꽃, 백합이 심어진 아름다운 정원이 있으며 그 곳은 깨끗하고 순수한 곳으로 더러움과 무지가 없는 곳으로 표현한다. 이는 창조주가 우주를 창조하려고 내려올 때 세상에는 물만 있고 그 위에 연잎이 있어 세상을 연잎 위에 창조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에서는 불교전파 이전부터 연꽃이 진흙속에서 깨끗함을 잃지 않는 군자의 꽃으로 표현하였고, 종자가 많이 달리는 모습에서 다산을 상징한다고 믿었으며, 신성한 연꽃이 극락세계를 상징한다고 여겨 사찰경내에 연못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는 우리의 유교문화와도 깊은 관련성을 갖는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염화시중의 미소, 이심전심의 묘법으로 설명되며, 깨달음을 얻은 부처, 빛과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비유에 연을 인용하기도 한다.

연은 더럽고 추하게 보이는 흙탕물에 피지만, 조금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는 속성으로 중생구제의 아름다운 신행구제의 실천으로 비유된다.
또 하나는 연꽃은 핌과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서 자리를 잡는 화과동시(花果同時)의 특성으로 꽃과 열매의 관계를 인과관계로 표현되며, 즉 인과의 도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끝으로 연꽃의 봉우리는 마치 불교신도가 합장하고 서 있는 모습으로 이는 연꽃의 생김새를 바퀴살에 비유하는 데 이는 불교의 윤회사상과 가르침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또한 연의 부위마다 불교의 원리를 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활짝 핀 연잎은 우주 자체를 상징하고, 엽병(葉柄)은 우주의 축을 의미하며, 연근의 아홉 개의 구멍은 구품(九品)을 말한다. 아울러 세 개의 뿌리는 불(佛 ), 법(法 ), 승(僧 )의 삼보를 뜻하며, 연의 씨는 천년이 지나도 심으면 꽃을 피운다하여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상징하며, 더욱이 연꽃은 인간이 동경하는 이상향의 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억불숭유정책으로 유교가 국교로 바뀌고, 유교에서는 세속에 물들거나 굽히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군자를 흠모하게 되는 연이 군자의 꽃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한 영향으로 우리나라 선비들은 정원에 연을 심어 그 풍류를 즐기게 되었는데, 경복궁의 향원정지, 경회루지, 창덕궁의 부용정지 등에 연이 심어졌으나 현재는 연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19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불교를 상징하는 연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궁궐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로 제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연과 유교문화의 풍류적 요소는 차츰 그 자취를 잃게된다.

하지만, 연은 우리의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심청전에서는 선과 효를 상징하는 꽃으로, 지금은 차츰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일부지역에서는 지금도 장례문화의 일부) 상여의 꽃 장식이 내세신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했고, 정자의 연지에 심어진 연꽃은 여유와 풍류를 상징하는 유교문화의 축으로 생활문화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의 채취속에서 느끼는 예술적 색채는 오래된 사찰의 문양이나 기와의 연꽃문양, 청자, 분청사기, 도자기의 문양에서 건축, 회화, 연등, 석탑의 문양에서 우리는 연꽃의 색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불교문화와 연과의 관계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대목이며, 흙탕물속에서 자라지만 꽃은 물론 잎이나 그 위의 물방울조차도 더러워지지 않는 그 지고의 순수, 그 불염성(不染性) 앞에 누구든 경이와 신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순수성과 열정으로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순결하고 깨끗한 것을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꽃으로 연이 아니었을까하는 상념에 잠기는 것도 이 같은 연유 때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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