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 양파 TRQ 수입 9만톤 추진
생산자·유통인 “중국산이 시장 잠식, TRQ 수입 방침 철회해야”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정부가 TRQ(저율관세할당) 양파 수입 물량을 올 하반기에 9만톤 증량해 이달 말부터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방침에 양파 생산자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계획한 수입량을 모두 채울 경우 올해 TRQ 수입량은 11만t을 넘어서 중국산 양파 시장 잠식이 불가피 해지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 TRQ 수입 추진은 이번이 세 번 째다. 지난해 양파 TRQ 수입 계획 중 잔여물량 2만t의 수입 기한을 올 2월까지 연장해 올 1~2월 2만톤 가량 수입했다. 이어 양파 수확을 앞둔 5월초에도 TRQ 물량 2만t을 증량 수입을 추진했다가 생산자들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제27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올 하반기 물가안정 정책 발표에서 “물가·고용 안정세가 하반기에도 공고해질 수 있도록 양파 TRQ 물량 증량을 통한 물가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밝힌 신선양파 TRQ 물량은 9만t으로, 수입 양파를 이달말부터 시장에 공급해 지난해처럼 가격 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기재부는 10일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TRQ 수입을 위한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개정령은 “서민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양파에 대한 시장접근물량을 2만645t에서 11만645t으로 늘려 12월31일까지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TRQ 물량을 9만t 증량에는 올해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이 평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은 100만5,000톤 내외로, 지난해보다는 6.7% 증가하고 평년보다는 16.3% 감소했다. 4월말 저온과 5월초 집중호우로 병해가 발생해 전반적인 작황이 평년보다 부진하고, 특·상품 비중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정부 계획대로 하반기에 TRQ 물량 9만t이 모두 수입될 경우 올해 신선양파 TRQ 수입량만 11만t을 넘어선다. 현재 중국산 양파 산지 가격은 1톤당 400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관세 50%가 적용될 경우 국내 도착가격은 1㎏당 800~900원이 될 전망이다. 반면, 지난 10일 서울 가락시장 양파는 1㎏당 평균 1426원으로 지난해 7월(1,356원)보다는 5%, 평년 7월(800원)보다는 78% 높았다.

따라서 생산자단체는 중국산 양파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하되면 국산 양파값의 하락세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수입 발표 철회 촉구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양파 TRQ 9만톤 수입 발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물가 대책 관련 회의 때마다 국산 양파값이 물가 상승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데, 국민 1인당 연간 양파 소비량은 30㎏으로, 한사람이 1년 동안 양파값으로 2만4,000원을 쓰는 것에 불과한데도 양파값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양파 수확기 인건비가 16만원에 달했고, 비료·농약·기름 값 등 생산비가 오른 상황에서 양파값이 하락하면 생산자들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며 “정부의 수입 계획이 국산 양파의 가격 하락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생산비 폭등과 자연재해로 시름하는 농가의 사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국산 양파 6,000톤을 수매한다고 했지만 중국산 양파 9만톤이 수입되면 수매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산지농협들은 정부 수입 발표로 농민을 위한 수매가를 책정할 경우 향후 수입 양파로 손실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는 혼란만 가중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유통인들도 양파의 저장·유통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TRQ 수입으로 양파값이 하락해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정섭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올해산 국산 양파는 작황부진으로 중·하품 비중이 높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하품 물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고, 특·상품은 중국산과 경쟁해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등 전반적으로 시세 흐름이 부진할 것으로 본다”면서 “지난해 양파값이 좋았는데도 재배면적이 늘어나지 않는 데는 생산비가 폭등해 농민들이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9만톤을 수입하겠다는 협박성 정책이 아니라 농민들이 농사짓고 유통상인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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