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서 폐사한 소 26마리 중 9마리 BVD 감염…성장 장애·면역력 저하
농가, 감염 사실 몰라 방치…정부, 지방자치단체 ‘법정전염병 아냐’ 현황 파악 미비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최근 영광군을 중심으로 소 바이러스성 설사병(BVD)이 확산하면서 한우농가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설사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고 폐사율이 높지 않아 감염 사실을 모르는 농가가 많아 감염된 소를 방치하는 사례가 많고, 법정전염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나 지자체들의 전수조사나 선제적인 방역 대책이 세워지지 않아 감염 확산 우려가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가에서 미리 알고 진단을 요청하지 않으면 질병 검사나 백신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영광군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 후 면역력 저하로 폐사한 소 26마리를 감정한 결과 9마리(35%)가 BVD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월 영광군 공공 수의사들이 설사 증상을 보인 소 129마리를 간이검사키트(PCR)로 검사한 결과, 126마리(98%)에서 BVD 항체가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설사 등 증상이 심해져 한 농가를 집중 검사한 결과 소 64마리 중 62마리(97%)에서 BVD 항체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BVD는 성장 장애, 유산, 기형아 출산, 폐사 등을 일으키며 면역력을 저하시켜 다른 질병에도 취약하게 만드는 급성 전염병이다.

출산 시기가 되면 더 위험해 진다. BVD에 감염된 소가 임신을 하면 태반을 통해 바이러스가 송아지에게 전파돼 지속 감염우(PI)가 태어난다. 이 송아지는 살아있는 한 바이러스를 계속 배출해 다른 소를 감염시키고, 대부분 두 살을 넘기지 못하고 폐사하거나 살아남더라도 성장이 느려 소 한 마리당 30~40만원씩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BVD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지속감염우를 빠르게 발견해 도태시키거나 다른 소의 유입을 막는 차단 방역을 하는 수밖에 없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현황 파악조차 미비한 실정이다.

농림부 2023년 상반기 가축전염병 중앙예찰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BVD 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2021년 207건, 2022년 174건 등에 그쳤다. 전남에선 올 1~3월 4개 농가 5마리 소에서 BVD가 검출됐다고 보고된 것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있지 않아 실제로는 농가에서 BVD 자체를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질병 검사를 요청하지 않아 검출 건수가 적다는 설명이다. 전국 농가 어디나 상존하고 있는 질병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학계에서도 BVD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서야 이뤄질 만큼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해 농가 인식도 저조하다”며 “농가 스스로 백신접종 신청 등 방역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나 지자체도 농가에 대한 교육과 홍보,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BVD에 대해 아직까지 관내 농가들의 피해신고도 없었고, 정부 역시 이에 대한 대응책 지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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