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구를 치고 맘껏 뛰어노는 저 아이들의 머리 위로 전투기가 난다면?)

[무안신문]

이재광 현경면장
이재광 현경면장

누가 잡아다 놓았을까? 물놀이장 옆 정자(亭子)의 신발을 벗는 위치에 진흙이 묻어 있는 파란프라스틱 용기 하나가 눈에 띤다. 가까이 가보니 농게들이 꿈틀거린다. 그래, 이걸 잡기 위해 축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갯벌을 누비며 얼마나 신이 났을까?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이건 분명 허당(虛堂)이다. 하지만, 동심의 위치라면 다르겠지! 온몸에 진흙을 묻히며 뻘밭을 헤집고 다닐 아이를 위해서 축제장에 오면서 갈아입힐 여벌의 옷을 챙기면서 젊은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해서 아이가 잡아 온 농게는 승자들의 전리품(?)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굿판을 벌였으면 사람이 모여야 한다. 가을철에 개최하던 축제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해에는 시기를 앞당겼다. 그리고 두어 해를 쉬었다. 어색한 것 같은데도 몸에 맞는 재킷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축제장에 사람이 많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그러면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물장구를 치고 맘껏 뛰어노는 저 아이들의 머리 위로 전투기가 뜨고 내리면서 굉음을 낸다면?

한 마디로 끔찍했다. 축제장 주 무대 앞쪽 한편의 ‘군 공항 이전반대 범대위’ 부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우리(면)도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기에 이것저것 유심히 보게 된다. 축제 마지막 날 양파를 담아내다가 축제장에 나오신 연세 지긋하신 사회단체 회장님 한 분이 “이 면장.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는가?”라고 물으신다. 그도 그럴 것이다. 면민의 날 행사를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일 년 사시사철 축제가 일상인 지자체의 축제들과 구축해 놓은 인프라를 활용 차별화된 전국 최고의 갯벌축제를 구상하는 우리 군을 비교하면서 SNS에 올라온 댓글의 의미를 떠 올린다.

“무안에서 일 년 중에 제일 바쁠 때가 언제일까요? 어느 분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아니면 갯벌이 황토 벌이라도 된답니까?” 그래, 얼마나 바빴으면 이런 댓글을 남겼을까? 하지만, 이런 하소연 같은 푸념도 고마운 것이다.

“왜, 하필 이때일까? 푸념 섞인 원성을 많이 하더군요. 동네잔치나 지역축제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코로나 이전 해에 갯벌축제를 6월에 개최했습니다. 그때는 더 심했습니다. 집안 잔치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도 아니고, 대로(大路)를 횡단해 프랑을 거는 모습이 연출되었으니까요? 동전의 양면성처럼 보이지 않는 면을 보려는 노력이 다 같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 바다 물때를 맞추고, 어종별 금어기(禁漁期)를 맞추다 보면 회산백련지의 연꽃이 핀다. 연꽃축제가 끝나고 나면 솔직히 찬물에 발을 들여놓기가 망설여진다. 그런 시기에 축제를 개최해 봤기에 이 시기인 것이다.

지방 자치시대의 축제는 판을 깔고 춤판을 벌여 놓으면 관객들이 와서 즐기면서 지갑을 열길 바라고 행사를 준비한다. 최근 도내 모 지자체장이 지역 내 축제에서 했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축제는 지역소득이다” 물론, 소득이라는 것이 지역의 농수축산물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금일 수 있고, 지역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간접적인 것일 수도 있다.

또, 지역민들이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축제에 동참해서 호응해 주고 손뼉을 쳐 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지만, 일 년 중에 최고로 바쁜 시기이니 마음만 보태도 그 축제는 성공한 것이다.

금년은 셔틀버스의 운행 방면과 횟수도 늘렸다. 농사일을 끝낸 지역민들을 위해 축제 기간을 늘렸고 공연 시간도 늦췄다. 물론, 이런 취지를 지역민들이 사전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옥에도 티는 있다. 외부 관광객과 젊은 층 대상의 체험프로그램을 확대하다 보니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는 다소 서운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만에 들어본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인가? 관내 모면의 소재지 초등학교에 올해 입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골 면장이 보는 시각과 다수의 주민들이 보는 견해는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축제장을 찾게 하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축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또 다른 축제를 준비한다.

#광주시민들이_싫어하는_전투기의_소음을_무안군민들도_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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