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파수입물량 현행 20,645톤에서 40,645톤 확대, 입법예고
수확기에 수입산 풀리면 공급과잉…산지 불안감 고조
“생산비 보장 뒷전 가격만보고 수입하면 농가만 피해” 탁상정책 반복
서삼석 의원, “저율관세 양파 수입 즉각 중단” 촉구
전국양파생산자협회…‘양파·마늘 수입 중단과 생산비 보장’ 수급정책 규탄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국내산 양파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정부가 저율관세 양파수입 물량(TRQ)을 2배로 확대한다는 입법예고가 되면서 최근까지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양파가격이 급격히 폭락할 것으로 전망돼 중만생 양파 출하를 앞두고 농가들의 시름이 커져가고 있다.

매년 양파의 폭등과 폭락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없이 비싸면 수입하고, 가격이 폭락하면 갈아엎는 탁상정책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양파 1㎏당 가격은 1478원으로 1년 전 대비 95.2%, 평년 대비 82.9% 높다. 올해 들어 양파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데는 지난해 수확된 2022년산 양파의 저장 재고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재고 물량 대비 소비가 침체돼 양파값이 최대 70% 폭락했다.

그러자 정부는 소비자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통해 올 한해 수입양파를 저율관세로 2만t 가까이 더 수입할 수 있는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통해 저관세 양파수입물량을 올해 12월31일까지 현행 20,645톤에서 40,645톤으로 2배 가까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입법예고가 확정될 경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이미 수입된 2만톤을 제외하고도 20,645톤을 저율 관세로 추가로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서 5월부터 본격적인 양파 수확기에 접어들어 공급 과잉으로 가격폭락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5월부터 6월까지 수확되는 올해 중만생종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5~17.2% 늘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농촌경제원은 5월 양파 가격이 1㎏당 750원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농가의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만 보고 수입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은 한국 농업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며 “저율 관세 수입 물량의 대폭 확대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헌법 제 123조 제 4항이 천명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안중에도 없고 공산품과 동일한 잣대로 오로지 물가 관리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정부 태도가 오히려 심각한 차별적 처사이다”며 “자국 농민은 안중에도 없이 시기에도 맞지 않고 명분도 없는 양파 수입 대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정부가 유례없는 수입 계획을 발표하자 생산자단체들도 “중만생종 출하가 곧 시작되는데 양파 수입으로 미리 시장에 가격 하락 신호를 주면 가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또 다시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양파, 마늘 TRQ 수입 즉각 중단과 생산비 보장’ 을 촉구하는 전국 마늘양파 생산자대회를 열고 농산물 수입에 의존하는 정부의 수급 정책을 규탄했다.

농가들은 가격이 평년에 비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인건비나 비료값 등 생산비의 대폭적인 증가 탓으로 가격 상승이 농가의 이윤으로 남는 것은 없다는 것. 실제 5, 6월 양파 수확기 인건비는 2020년 8만원대에서 2023년 15만원대로 90% 가까이 올랐고 비료값은 2021년 요소대란 이후 20kg당 1만원에서 2만원으로 100% 폭등해서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잦은 병충해도 농가의 3중, 4중, 5중고를 더하고 있다.

특히, 무안의 경우 4월부터 5월까지 출하되는 조생양파의 약 60%가 농가에 남아있어 수입산 양파로 인한 피해가 그대로 생산 농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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