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20년 만에 재개한 행사인지라 다들 반신반의(?)다. 또, “여름 숭어는 뭣도 안 먹는다”는 속된 표현이 있지만, 눈 속에 먹는 겨울 숭어는 그야말로 일미(一味)다.

쫀득한 식감과 함께 입안에서 쩍쩍 달라붙듯 하면서 살살 녹기 때문이다. 또, 횟감으로 나오는 숭어회는 일정한 면에 검붉은 색이 있는 게 특징이며, 울긋불긋한 색깔이 있어 먹는 재미를 더해 주는 것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2023년 무안 겨울 숭어축제” 가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었다.

우리 지역의 축제라면 연꽃축제, 갯벌축제, 낙지축제, YD페스티벌... 굳이 축제라는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이 모이는 것을 보면 필자는 희열(喜悅)을 느낀다. 그러면서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말을 떠 올린다.

공무원노조 초창기 글을 쓰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부산의 기장군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다. 키는 필자보다 조금 작지만, 덩치는 가무잡잡한 피부 때문인지 당차게 보인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줄여 ‘사만희’라는 필명을 사용하기에 나는 ‘술 많이’ 라고 놀리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먼저 술잔을 채워주고는 했다.

축제이건 집회이건 그 결과는 쪽수가 말을 한다. 판을 벌려 놓았으면 사람이 모여야만 한다. 모르긴 몰라도 조그만 농촌지역 면소재지 ‘해제(海際)’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이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게 되기까지 열 일 제겨두고 힘을 보탠 군민들과 공직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면장님, 우리도 축제 한 번 합시다” 이틀 동안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물론, 얘기로 끝낼 사안이 아니고 숙제나 다름없기에 머리가 무겁다.

그래, 인근 모 지자체처럼 지역(섬)마다 철따라 치루는 그런 행사(?)는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재로 준비해 보자는 것일 게외다.

뭐가 있을까? 고민이 된다. 시뻘건 황토밭에서 캐낸 고구마... 그것도 유기농 고구마를 가지고 사고(?)를 쳐도 괜찮을 것 같는 얘기를 젊은 친구들이 한다. 민(民)이 이렇게 나서는데, 관(關)에서 머뭇거리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니, 행사가 끝나갈 무렵에 마셨던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고구마. 사실, 초등학교 5~6학년 때 까지는 한 끼 식사를 고구마로 대신하던 때가 필자에게도 있었다. 매일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겨울철에...

고구마는 ‘IR667호’라는 통일벼 품종이 개발되어 쌀 자급률을 이룬 1978년 전까지는 밥 대신 겨울철 한 끼 식사였다. 지금은 쌀이 남아돌아 오히려 처리(?)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또, 쌀 생산하는 농민들이 자구책으로 꺼내 놓은 것이 유기농과 기능성 쌀이다.

​그건 그렇고, 고구마 하나로 연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하지만, 생산농가가 늘고 재배기술이 향상 되면서 생산량도 더불어 늘었다는 것이다.

예년 같았으면 겨울이 깊어가니 소비가 될 텐데! 다들 어렵다는 것이다. 수북하게 쌓아 둔 저장고 안의 고구마들이 팔려 나가야 다시 종자도 묻고 희망을 얘기할 텐데 말이다.

땅끝 해남 출신 중리(中里) 선생의 고구마 맛은 어떤 맛이었을까? 빛바랜 시집을 꺼내들고 무엇인가 일을 벌려볼 궁리를 하는데....

「고구마」

뒷동산에서 나무를 지게에 한 짐 지고와 늦가을 초가집에 연기를 올린다.

가마솥에 고구마를 넣고 삶아

우리 형제들의 저녁을 대신한다.

따뜻한 온돌방에 육남매 둘러앉아 어머님의 소쿠리에서 고구마를 배급받는다.

내 고구마와 옆에 있는 형제들

고구마를 눈으로 잰다.

자꾸만 옆에 있는 고구마가 커 보인다.

점심 굶은 저녁이라 물이라도 많이 먹자

고구마 세 개에 물 한 사발 석 자도 못된 창자 고구마로 채우고 잠시 굶주림 잊은 밤이 평화롭다.

- 中里 鄭文秀의 시집 어머니의 강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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