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2022년 10월29일, 한밤중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도무지 믿기 힘든 대형 참사가 발생해 국민들이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이날 밤 10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참사로 156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실외 마스크 해제 이후 첫 핼러윈을 맞아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좁은 골목길에서 다수가 넘어지면서 압사 참사를 당했다. “살려 달라”는 울부짖음이 허공에서 맴돌았을 뿐.

8년 전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떠오른다. 당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04명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국민의 생명을 위기로부터 책임진 정부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희생됐다.

당시 필자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8년이 지난 올해 26살이다. 그들의 또래 20대 청년들이 10년도 안 돼 또 황망한 참사를 당했다. 수 시간 전부터 참사를 예견한 전화가 빗발쳤음을 감안할 때 인재라는 점에서 애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실외 마스크 해제 이후 해방감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여 예상치 못한 사고 위험이 상존했음을 인식했더라면, 그런데 정부는 관행적 대책에 머물렀다.

더구나 정부는 11월5일까지 국민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지난 10월31일 시·도에 발송한 ‘이태원 사고 관련 지역 단위 합동분향소 설치 협조’ 공문에서 제단 중앙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 쓰도록 안내한 것도 현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보여 주었다.

결국 ‘사고 사망자’라는 표현이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변경해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 지의 한 단면을 보여 주었다.

이런 일련의 대처를 두고 대통령이 자식을 가져 못해 부모 마음을 모른다는 비난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늦장대처도 그렇고, 이번 윤석열 대통령도 자식을 길러 보지 못해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국민들은 가슴에 울림이 있는 국정 운영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검찰공화국 정부로 편견을 가진 고집불통 폐쇄정부이다.

마음에 편견이 있으면 상대의 충언이 들리지 않는 법이다. 스스로를 조절하려면 자신의 머리를 사용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을 조절하려면 마음을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폐쇄 사회에서는 존중과 배려라는 소중한 가치는 발붙일 곳이 없게 되고, 많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방치하게 되어 있다.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세상은 차별과 혐오로 채워진다. 현 정부가 과거 정부 탓만 하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 소통하며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금씩 허무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우리 사회도 이제 산업화에 매몰된 순수성과 건강성 회복을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현실과는 거리가 있고, 자극적인 화학조미료를 넣어 개연성이 떨어지는 작위적인 막장 설정이 현 우리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필자도 요즘 타성과 관성에 젖어 기본을 간과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상대의 구체적 사정을 귀담아 듣지 않고 내가 다 아는 양 미리 재단하고 결론도 내리고 있었다. 자동차는 브레이크 없이 가속장치만으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는 없다. 가속 페달을 밟아 주행도 중요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멈춰야 할 곳에서 멈추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어쩌면 잘 달리는 것보다 잘 멈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20년 전인 2003년 무안신문을 처음 발행하면서 다짐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초심을 잃지 말자. 언론인은 세상을 이롭게 하기보다는 사회에 피해를 입히기 쉬운 직업이다. 그러니 최소한 해라도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자.” 나는 과연 어떤 언론인으로 비쳐졌을 지 궁금하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사고 수습과 다시는 대형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마련과 희생자 유족 및 부상자 치유 회복에 총력을 쏟아야 함이 우선이다. 그 다음 책임과 문책, 나아가 국민들이 참사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고집불통 마이웨이 정부의 스스로 편견 해소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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