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가 88%…지방 대학들 지원 받으려 셀프 구조조정
광주·전남 대학들 내년도 입학정원 역대 최대 규모 감축 ‘생존 고육책’
교육부 충원율 기준 지방대 불리…벼랑끝 내몰고 대학 불·탈법 조장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국고 지원과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대학들에게 2023학년도 신입생 모집정원 감축계획을 제출 받은 구조조정 계획 윤곽이 지난 15일 나왔다.

대학들이 각자 교육부에 제출한 ‘자율혁신과 자발적 적정규모화 계획’에 따라 수도권 밖 지방 일반대·전문대 74개교는 올해부터 오는 2025학년도까지 4년간 입학정원 총 1만1018명을 감축한다.

광주·전남지역 대학들도 2023학년도 신입생을 역대 최대 규모로 감축한다.

광주지역 대학 감축 계획을 보면 A대학은 147명 모집 정원을 줄인다. B대학은 60명, C대학은 94명, D·E대학은 각각 30명을 감축한다. 이들 대학만도 4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대학은 최근 3~4년 새 150명~300여 명에 이르는 신입생 정원을 줄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들은 2024, 2025학년도에도 전학년도 감축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신입생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교육부의 정원 감축방식이 지역대학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나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대 입장에서 입학정원 포기는 무척 어려운 결단이다. 2020년 사립대 운영수입 기준 등록금 의존율은 61.3%였다. 더욱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수험생들이 다른 대학보다 더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이라고 생각해 지원을 꺼릴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다.

이처럼 ‘제 살 깎아먹기’ 계획을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하게 된 배경은 2024년까지 매년 수십억대 국고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연계돼 있다.

이 국고 사업은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등 대학의 주요 교육역량을 평가해 중·상위권 학교를 가리는 '기본역량진단'을 통과한 대학에게만 참여 자격이 있다.

이른바 ‘대학 살생부’라 일컬어지는 이 평가를 통과했음에도 이후 ‘유지충원율’(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점검 결과 하위로 분류된다면 국고 지원이 끊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신입생 충원에 불리한 지방대 입장에서는 미리 입학정원을 감축해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대비하자는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인구와 학생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가중돼 지역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는 국가적인 문제임에도 그 피해는 지방대만 고스란히 떠안고 있어 교육부의 현행 대학 평가방식이 유지되면 지역 대학이 고사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입학정원 감축 시,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지방대학의 입학정원 감축을 동일한 비율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서 교육부의 불합리한 신입생 충원율 기준 등은 사실상 불·탈법을 조장하고 있다.

특정 학과에 학생들이 다수 몰리면 불합격 대상 학생들을 정원이 미달한 다른 학과로 지원토록 유도하는가 하면,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전과를 약속하기도 한다. 우선 입학한 뒤 1~2년을 마치면 원하는 학과로 옮겨주는 조건이다. 교직원이 나서 입학시킨 학생들이 장기결석하거나 자퇴해 골머리를 앓는 대학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변칙을 써도 정부차원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지역 대학이 고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대학의 붕괴는 학생 유출을 가속화하고 교직원의 실업을 야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의 경제와 생활체계를 무너뜨려 종국에는 지역소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대학을 시장의 논리에 맡기면 살아남을 대학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 지역대학 신입생 유치 지원은 물론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 아울러 지자체도 지역미래와 직결되는 인재양성을 맡고 있는 대학 문제를 중앙정부에만 맡길 게 아니라 보다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지원책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편, 교육부는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분야 국정과제 및 주요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향후 5년간의 ‘고등교육 발전 마스터플랜’을 연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혁파, 재정 지원, 지방대 균형발전 등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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