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무안군 식량정책담당

[무안신문] “양파를 캐내고 비닐도 안 걷은 상태에서 그대로 밭을 갈아엎는데, 이런 경우는 누구한테 말(?)을 해야 합니까?”

시군 농업기술센터 영농기술과 농자재 등 각종 지원업무 담당부서의 서무팀에 있다 보니, 이런 전화를 종종 받게 된다. 물론, 농정기능 조직과 지도기능 조직이 분리가 되었다면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하니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재광 무안군 식량정책담당
이재광 무안군 식량정책담당

19년 전, 두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통합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민선 7기가 출범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지역 농업이 처한 현실을 고민해 보자며 만든 ‘미래농업발전협의회’ 에서 나온 얘기가 우리군 농업조직을 빗대어 ‘죽도 밥도 아닌 조직’ 이라는 말과 센터 내에 전문가가 없어 농업인이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육과 지도를 전담하는 지도기관도 아니고, 행정지원만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서두에서 언급한 ‘폐비닐 문제’ 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마늘이나 양파 등 월동작물의 보습과 지온을 안정시키고 잡초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피복재로 사용한 비닐을 작물 수확 후 바로 걷어내지 못하고 시기를 일실해서 장맛비로 훌쩍 자란 잡초 속에서 걷어내려니 작업이 어려워 트랙터로 갈아엎는다는 전화였다.

사실, 뙤약볕아래 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폐비닐을 걷어내는 작업은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고충을 알 것이다. 그렇기에 그대로 갈아엎는 농민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마땅히 걷어내야 할 폐비닐을 땅속에 그대로 묻어버리는 적절치 않은 행실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농업현장에서 발생한 영농 폐비닐량은 연간 32만톤 이라는 것이다. 이중 환경공단과 민간을 통해 26만 톤이 수거가 되고, 19%에 해당하는 6만 톤가량은 수거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불법 소각, 또는 흙 속으로 묻힌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기본형 공익직불제시행의 일환으로 동록농지 등 그 주변에 있는 영농폐기물을 관리토록 하며 폐기물의 방치금지, 매립과 소각금지 등 적정처리를 위한 농업인 준수사항은 마련하여 미이행자에 대해서는 기본직불금의 5% 감액하는 등 지급제한 기준을 마련해 놓았으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현장의 농민들도 의문부호를 찍는다.

현재 농산물 안전성검사 항목으로 잔류농약과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을 설정하고 있으나 폐비닐로 인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조사는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생수와 일부 수산물· 천일염 등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수준은 파악을 하나 농산물에 대한 연구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농작물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표준화된 미세플라스틱 분석법도 정립되지 않아 조사와 연구범위가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단계라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빌리면 국내외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이다 보니, 확보된 데이터도 적고 연구방법의 표준화 등이 이뤄지지 않아 연구자마다 상이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걷어내야 할 폐비닐을 그대로 두고 갈아엎어도 강력하게 얘기를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세플라스틱이 토양과 토양미생물, 식물에 잠재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70객은 넘어 보이는 노인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어느 기관에서 관리하고, 어느 부서에서 단속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디에서 누군가는 어떻게 해줘야 될 것이 아니요?” 그러면서 지켜보고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참 어렵다. 섬찟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농사를 막 끝낸 후 버려지는 폐비닐은 수거가 쉽지만 (수거) 시기가 늦어지면 햇빛을 받아 부서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부서진 비닐이 표토에 쌓이면 지렁이 같은 토양생물 등이 흙과 함께 파편화된 비닐을 먹고 토양 하층부로 이동시킴으로서 미세플라스틱이 축적(蓄積)이 된다는 것이다.

30nm(나노미터)크기의 초미세플라스틱이 농작물의 세포내에서 발견되었다는 연구결과와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관한 연구 결과도 잇따라 발표가 되고 있는 것은 감안하면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닌 것 같다.

만능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하는 것이 지방자치시대 녹을 먹는 사람들이다 보니 ‘예예’ 하면서 전화는 끊었지만 영농폐기물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이 농업인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씁쓸하다. 농업인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되겠지! 지켜보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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