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저 꼭대기에 올라가려면 튼튼한 다리 한 벌과 튼튼한 폐 한 쌍을 갖추어야 한다오.

나로 말하자면 두 가지를 다 갖추지 못해 이 밑에 이렇게 주저앉아 있소.

내 상태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저 위에 올라 앉아 있었을 거요.

꼭대기에 멋지고 아담한 장소가 있소. 벤치도 하나있고 별게 다 있소”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의 한 구절이다.

엘림복지타운 사무국장 정주
엘림복지타운 사무국장 정주

지나고 나면 후회되는 순간이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여전히 지난날에 집착하고 남들이 평가하는 결과로 자신을 결정 한다.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젊은 날은 지나갔지만 남아있는 나날에도 희망은 존재 한다. 이제 뒤는 그만 돌아보고 적극적으로 나머지 인생을 잘 활용하는 일.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온 잘못된 틀에서 벗어나서 남아있는 날은 더 나은 시간으로 채우려는 자각과 꾸준한 실천만이 남아있다.

이제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일상과 사회시스템, 思考(사고)와 關係(관계)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했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두렵고 거대한 물결의 전환에 우리는 서 있다.

아무리 선명한 기억이라 할지라도 시간의 힘은 그보다 강력하며, 용기는 선택이며 선택은 골라서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을 버리는 일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방식에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고, 매순간 어느 하나를 버리고 선택해야하는 용기라는 한계에 마주치게 된다. 지나온 삶에서 선택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미련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남아있는 나날을 보내겠다는 약속은 한치 앞을 알수 없는 우리 삶의 과정이고 과제이기도 하다.

나는 척도와 방향을 잃었을 때 산을 찾는다.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그 공간을 채우는 지혜가 필요하고 산은 나에게 그 역할을 한다. 산길은 때로 막막하고 힘들지만 삶을 싱그럽게 물들여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고 그 깊은 곳에 가득 찬 세계는 내 존재의 균형을 컨트롤 한다. 경쟁하듯 걷는 게 아니라 잡념과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한 몸이 되어 걷다보면 초라하지 않으면서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 한다.

항상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산은 끊임없는 자기변화를 통해 늘 새로운 자태로 다가오기에 벗하기에 넘치도록 충분하며 말없이 솔직하고 진실하게 많은 덕목을 가지고 있어 산행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로 정화되고 위기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명확한 자신의 관점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등산의 기본은 걷는 것이며, 균형과 조화다.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움직이고 왼손과 오른손은 스틱과 조화를 이루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때 내 다리와 심장은 더 튼튼해질 것이며 균형과 조화에 충실한 삶을 통해 방향과 척도를 찾아 온전하고 멋진 날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는다.

‘산은 원래 주인이 없되 찾아가는 사람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는 일, 산을 찾는 이유와 무엇 하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날이 변덕스러운 세상에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네 삶처럼 산 또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계곡이 깊으면 꼭대기가 높다.

산이 높을수록 바람을 더 세게 맞으며 오를수록 더 고독해진다. 그러나 보이는 만큼 더 많이 알게 되는 그 산 너머에 또 다른 산이 있다는 진리를 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온전히 산과 일체가 되어 위로받고 소통하며 함께 하는 일은 남은 날의 시간을 자각하고 삶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에 충분하다고 감히 장담한다.

코로나 거리두기와 실외마스크 착용이 해제되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 또한 주말이면 한주를 거르지 않고 산에 간다. 마치 그동안 못했던 산행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것처럼,

산과 호흡하면서 삶의 지혜를 산에서 찾아보는 작은 도전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오늘부터 시작해보기를 조심스럽게 소원해보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에 짜릿한 쾌감도 경험해보았으면 한다. 그곳이 무안 남산이어도 좋고 오룡산이어도 좋고 지리산이라면 더 좋겠다.

나는 산 앞에 서면 신이 나고 마치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렌다. 앞으로도 산에 가는 나의 길이 안전하고 행복한 길이기를 소망하며, 남아있는 나날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with Mountain(산행)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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