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따갑게 햇볕이 내리쬐는 계절,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한 시간만 야외에서 밭일 작업을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그런 계절 말이다. 상대적으로 시원한 집으로 돌아와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는다. 이를 흔히 ‘더위 먹는다’라고 표현한다.

무안공항기상대장 박종이
무안공항기상대장 박종이

여기 무안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더위 먹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비행기’이다. 올해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중단되었던 국제선 노선(무안-다낭 등)이 7월부터 재개되고, 국내선도 무안-울산 노선이 재취항하는 등 무안국제공항의 비행편 수가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비행기가 더위를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필자는 왜 날씨가 뜨거워지면 비행기가 더위를 먹는다라고 말하는 걸까?

먼저, 폭염은 비행기가 뜨는 힘(양력)을 감소시킨다. 기온이 낮으면 공기 밀도가 높아져서 비행기의 양력이 증가하게 된다. 낮은 기온에서는 단위 부피당 더 많은 공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비행기 날개에 더 많은 공기가 부딪칠 수 있고 이 조밀한 공기를 발판 삼아 비행기가 쉽게 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공기 밀도가 매우 낮아지기 때문에 비행기를 뜨게 도와주는 공기 발판이 스펀지처럼 너무 물렁거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비행기가 뜨기 어렵게 된다. 고온이라는 역경을 헤치고 비행기가 뜨기 위해서는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이나 승객 수를 줄여서 비행기를 가볍게 만들거나,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활주거리를 늘려서 비행기의 속도를 증가시켜 이륙을 시도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해서 여행객일 수 있는 독자께서는 탑승이 어려울 수도 있고, 비행기는 무안공항의 활주로의 길이인 2,800m보다 더 긴 활주거리를 요하는 위험한 비행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폭염은 비행기의 엔진 기능에도 악영향을 준다.

20세기에 이르러 항공업계 대부분의 항공기는 제트엔진을 이용한다. 제트엔진은 기체 전방에서 흡입된 공기를 후방에서 가스로 분사해 추력을 얻는 동력장치이다. 즉, 전방에서 흡입되는 공기의 양에 따라 비행기가 얻는 추진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기온이 높을 때는 단위 부피당 적은 공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엔진에 흡입되는 공기의 양도 줄어들고 비행기의 추진력 또한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항공기 제작 시, 외부 온도가 30도 넘을 경우, 고열로 인해 엔진 내 터빈 날개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엔진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자체적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폭염은 항공기의 단짝친구인 활주로에도 피해를 준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두껍게 덮여 있는 활주로는 한여름에 주변보다 기온이 5~10도가량 높은데, 활주로 표면 온도가 높아지게 되면 활주로 포장면이 팽창하여 솟아오르게 되는 쇼빙(shoving)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솟아오른 활주로 부분은 이·착륙하는 비행기 바퀴에 충격을 주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비행기의 열사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폭염특보가 발생하여 활주로표면온도가 60℃ 이상이 되면 활주로에 찬물을 뿌리는 살수 작업을 진행한다. 살수 작업을 하면 활주로표면온도가 약 10℃가량 낮춰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폭염경보(일최고 기온이 35℃ 이상 2일 지속) 및 폭염주의보(일최고기온이 33℃ 이상 2일 지속)가 발생하는 경우, 지상 조업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야외작업을 중지하고 휴식 시간을 제공한다.

이처럼 기온은 비행기 안전운항과 작업자의 안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안공항기상대에서는 무안공항의 기온 관측값과 비행기 이륙준비에 필요한 기온 예보값을 매시간 제공하고, 공항종사자의 여름철 야외작업 지원을 위하여 공항기상정보에 폭염영향정보를 제공하는 등 여름철 무안국제공항의 안전을 위하여 힘쓰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의 기상정보는 항공기상청 누리집(amo.kma.go.kr)과 항공기상 모바일 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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