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무안군 식량정책팀장

[무안신문] 「무안군이 벼 재배면적 감축을 통한 쌀값 안정화를 위해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무안군은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벼 재배면적 감축협약을 추진하고 타 작물 재배 확대를 통해 벼 재배면적 8,230ha의 4.2%인 346ha를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출근을 하려다 말고 켜 놓은 TV채널에 시선이 꽂히는 것이다.

며칠 전에 홍보부서를 통해 배포한 벼 재배면적 감축과 관련한 뉴스보도 때문이다. 그래, 쌀 쌀 쌀... 볍씨를 담구기도 전부터 이런 쌀쌀맞은 얘기를 듣게 된다.

현관문을 나서니 아파트 울타리의 이팝나무 꽃이 피기 시작한다. 논에 물을 잡고 논갈이를 하고 모 심을 준비를 하라는 자연의 계시(啓示)가 아닌지 싶다.

문득 전임부서에서 독학으로 ‘수목학’을 공부하면서 주워들었던 이팝나무에 관한 내용들이 떠오른다. 흰 쌀밥이 수북이 쌓여있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엄청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흰 쌀밥은커녕 보리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배를 곯았던 시절 당시 대통령(?)께서는 온 국민이 배불리 쌀밥(이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쌀나무’라 불리던 이팝나무를 좋아했고, 가로수로 이팝나무를 거리 곳곳에 심게 했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어제는 철도변 쪽 읍면에서 ‘벼 병해충 종합방제 모판 관주처리’ 연시회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묘판(苗板) 관주처리(灌注處理)’ 농업용어(用語)들은 뭐가 이리도 어려운지! 한자로 풀어 써야만 이해를 할 수 있으니 사족을 단다.

그래, 벼농사는 100%에 가까운 98.4%의 기계화율과 날로 향상되어 가는 재배기술로 모판에서 1회 관주처리 하여 한해 벼농사의 병해충방제를 끝내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제아무리 쌀농사를 편하게 짓고 생산량을 늘리면 뭐하냐는 것이다. 작년 수확기에 조합원들로부터 매입해 놓은 벼 톤 백 자루들이 농협 자재창고 마당에 산처럼 쌓였는데 말이다.

이렇다보니 볍씨를 담구기 전부터 벼 재배면적 감축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전국적으로 벼 재배면적 32천ha를 감축(減縮)해야 한다. 우리군도 예외일수 없다. 벼 재배면적 8,234ha에서 346ha를 감축해야만 하는데, 이런 벼농사 생력(省力)재배 기술 연시대회를 한다니 의아(疑訝)해 할 수 밖에...

그래, 작년까지 모포기를 꽂았던 논에 올해는 뭘 심어야 할까? 그냥 묵힐 수는 없는 노릇이고, 콩을 심으면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이 된다는데, 저습지 수렁논이 대부분이라면 배수로도 설치하고 기반정비를 마쳐야 콩을 심던지 팥을 갈던지 할 것이 아닌가?

또, 그렇게 해서 콩을 심었는데, 쌀이 부족하니 다시 벼 재배면적을 늘리라고 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 될까? 이래저래 짜증만 나고 괴리감만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고민할 일이고 지금 당장은 발등에 떨어진 감축목표를 채우는 일이 급선무이다.

콩을 심으라고 하고 옥수수를 심고 메밀을 심으라고 독려하는 길 밖에 없다. 타 작물 재배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에게 국비로 지원해 주던 보조금을 눅눅치 ㅇ낳은 재정에도 추가경정 예산에 확보해서 주겠다고 했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다 공익형 직불금의 지급단가를 올려주고, 이렇게 쉽게 쌀농사를 짓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벼 재배면적을 줄이려고 하겠는가? 그래, 이래저래 수심(愁心)만 깊어가는 4월의 끝자락이다.

예쁜 꽃을 보면서도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적정(滴定)이라는 애매모호한 목표치를 향해서 달려야 하는 일선 농정부서의 ‘쌀 적정생산 대책’ 에 대한 고민을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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