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의무자조금 납부는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입니다)

[무안신문]

이재광(무안군청 식량정책팀장)
이재광(무안군청 식량정책팀장)

“조생양파 폐기(대상)농가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을 했냐?”

“의무자조금은 무엇이고, 경작신고는 또 뭣이냐? 당신네들이 언제 의무자조금을 받아 갔냐? 경작신고를 언제 받았냐?”

“조생양파 재배농가로서 2021년 의무자조금을 납부한 농가 중에 2022년 경작신고를 완료한 필지에 한해 선정을 했습니다.”

쌍시옷 섞인 말투에 막무가내 식으로 직원들을 다그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래, 전화로 해도 될 얘기 같은데, 오죽했으면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이러는 것일까? 양파 농가들의 속마음을 헤아리고도 남기에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할 따름이다.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고, 잘못한 것이 무엇이기에 이런 수난을 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싸하다. 사실, 이번 양파가격의 폭락은 예견된 일이다. 그렇기에 산지의 농민들과 관계기관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정부 당국에 저장양파(2만 톤)와 조생양파(200헥타르)에 대한 시장격리 등의 조치를 수차에 걸쳐 요구를 해왔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태도는 소귀에 경(經) 읽기였다. 물론, 그만한 이유는 있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매를 하거나 수급조절을 위해 시장격리에 나서면 어느 정도 가격은 지지가 되겠지만, 그렇게 하고나면 다음 해에는 더 많은 양파가 생산이 되고 다른 품목들도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 어렵다. 농산물은 적정(適正) 수요량의 10%만 증산되거나 감산되면 폭등과 폭락을 널 뛰듯 한다. 수요량을 정확히 점쳐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것은 법사나 도사가 아니면 실로 어려운 일이다. 농산물의 수급은 자연조건과 소비자 심리상태까지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격리 차원의 조생(早生)양파 산지폐기 계획이 내려와 농가에 통보가 되고 오늘이 6일째지만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지역 2,000여 헥타르 양파면적 중에 640여 헥타르의 조생양파에 대해 폐기작업 신청을 했는데, 이중 10퍼센트에 해당하는 60헥타르에 대해서만 보전금이 지급된다.

얘기를 듣고 보니 폐기처분 물량을 놓고 농가를 선정 배분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기준에 대해서 강한 불만과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래, 무엇이 문제인가? 아무리 공정하고 타당한 기준을 놓고 대상자를 선정했어도 열에 아홉 명은 서운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말이다.

의무자조금과 경작신고(면적조사)를 놓고 영혼 없는 머슴들을 탓할 문제만은 아니다. 이제는 시대 흐름에 맞춰 생산농업인의 사고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양파는 축산업을 제외한 36개의 자조금 품목 중 자조금의 재원이 되는 거출금을 참여농가들이 생산·판매량에 따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의무자조금이다.

또, 자조금 단체에 가입한 농가 개개인이 납부해서 조성된 자조금은 농산물의 생산조절, 소비촉진, 연구개발 등 적극적인 생산 유통관리와 마케팅을 통해서 해당 품목의 경쟁력 강화와 가격 변동에 대한 진폭을 완화하는 활동에 쓰이고 있으며, 2020년 11월부터 의무거출금 미납자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제한이 가능토록 법까지 개정이 된 상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친환경농산물을 포함, 인삼, 백합, 참다래, 파프리카를 비롯하여 최근에 승인된 양파·마늘까지 16가지 품목의 의무자조금 단체와 단감, 복숭아, 무, 배추, 밀 등을 포함 10개 품목의 임의자조금 단체가 있다. 물론, 초창기이다 보니 자조금의 운영상 문제점도 있다.

농가에서 자발적으로 납부해서 운영하는 기금인데도 정작 참여하고 있는 농가는 자조금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다. 또, 수직적 계열화가 잘 되어 있지 않다보니 무임(?)승차의 문제가 발생하고, 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농가의 자발적 참여율이 낮다는 것이다.

자조금제도를 통해 농가와 농산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다양한 어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된 운영이 되지 않고 있으며, 자조금제도를 통해 수급안정 등 경쟁력을 갖추려면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무엇보다 농가의 인식개선을 위한 관계 당국의 지속적인 교육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구름에 비가 있을지 모르듯 양파 의무자조금 단체가입과 자조금 납부는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인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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