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선거. 후회를 덜할 수 있는 후보는)

[무안신문]

이재광(무안군 식량정책팀장)
이재광(무안군 식량정책팀장)

어릴 적 고향마을 뒷집 밥술깨나 뜨던 전통기와집 큰 며느리가 농약을 마시고 죽어서 꽃상여에 실려 나가나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굿을 한다는데 머리에 흰 종이고깔을 쓴 무당이 알 듯 모를 듯한 소리를 연신 대뇌이면서 징을 치는 모습이 몹시 무서웠었다.

정치(政治)와 샤머니즘, 아니 정치판의 무속인(巫俗人)이라! 무속인하면 어릴 적 목격했던 굿판을 벌이던 당골래가 연상이 되고는 한다. 강시(殭屍)마냥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두 다리를 모은 채 용수철처럼 위로 솟구치면서 양팔을 아래위로 교차를 한다.

요령(搖鈴)을 흔들고 칼춤을 추기도 하고 날을 세운 작두를 엎어놓고 올라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유년의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있던 무속인이 정치판에 등장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40여일 남은 제20대 대선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다. 그래,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며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장삼이사와 같은 유권자들에게는 식상하기만 하고 식어버린 커피처럼 씁쓸하기만 할 것이다.

그래,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 또, 신이 아니기에 사람은 누구에게나 과오나 허물은 있는 법, 다만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고 수습을 하느냐가 문제이고, 또 그것은 오로지 그 사람의 몫인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존재한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반면에 그런 잘못을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치부를 하고 남 탓으로 돌리려는 사람이 그것이다. 과연 우리는 누구에게 더 호감을 갖게 될까?

대선 후보자를 검증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참으로 어렵다. 아니, 쉬운 일을 어렵게 풀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은 나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불과 5년 전 우리는 강남 복부인처럼 생긴 여자가 꼭두각시를 배후조종하면서 전횡을 일삼고 국정을 농단하던 봐서는 안 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때 우리는 그의 말과 판단력을 중시한다. 말과 판단력은 겉으로 드러난 그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 내면에 감춰진 알맹이가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토론과 질의응답 방식을 이용한다.

제20대 대선 후보자에 대한 TV토론을 놓고서 여당과 제1야당 후보 측에서 줄다리기를 하는가 싶더니, 군소정당의 후보들까지 토론참여를 요구하는 모양이다. 어차피 피해 갈수 없으니 최소한 법에서 정한 세 차례의 토론은 있을 것이다. 사람의 됨됨이, 그릇의 크기, 리더십 등 국가경영에 꼭 필요한 것을 누가 더 갖추고 있을까? 나름대로 나만의 검증기준을 정해 본다.

‘자신이 아닌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가?’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가?’ ‘진보와 보수를 어느 정도 잘 아우르는가?’ ‘말이 아닌 실천능력이 있는가?’ ‘국민의 쓴 소리에 자신을 돌아보는가?’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 진정한 선거판의 모습을 기대하는 일이 사치는 아닐 텐데! 이번 대선에서는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두 눈 크게 뜨고 TV 토론을 지켜보자.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라고 한다.

코로나19 환자와의 밀접접촉으로 인해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자가 격리라는 색다른 경험 하나를 하면서 녹취록(錄取錄) 전쟁, 비호감(非好感) 대선, 막말 정국으로 이어지는 정치판이라지만 후회를 덜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 귀를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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