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무안신문]

이재광(무안군청 식량정책담당)
이재광(무안군청 식량정책담당)

제5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8%에 대해서 지급한단다. 어찌 되었든 준다면 받고 보자. 아니, 정부가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다들 주면 받을 것이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상생(相生) 참 좋은 말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서로 공존하면서 산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소득 하위 88%에 대해서만 지급을 하니 전 국민에 대한 지급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줄 사람과 주지 않을 사람을 어떤 기준을 놓고 고민을 했을까 이게 궁금했는데, 곧 풀렸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기준이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갈 즈음 사단 휴양소에서 10여 일 대기를 하다가 전역을 하고 그 이듬해 복학보다는 공무원직업에 관심을 가졌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 지금의 일터에 들어왔으니 햇수로는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이번 제5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회자(膾炙)되는 말들이 많기에 혹시나 하면서 SNS의 국민비서(구삐)계정 가입을 하고 지급대상 여부를 확인했다. 애석(?)하게도 보험료 기준 초과로 이번 국민지원금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 내가 내는 건강보험료가 얼마인데, 아니, 매달 급여통장에서 이체되는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을 해봤다. 236,540원이다. 참고로 지난 연말에는 220,380원이었다.

보수월액에 보험료율을 곱해 산출하는 건강보험료. 내가 매달 이렇게 지급하는 보험료가 이 금액이면 받는 보수 또한 이와 비례한다는 얘기겠지! 한데, 나는 고위직 공무원도 아니고 사무관도 못 되는 만년(?) 주사인데, 소득이 상위 12%에 들어간다는 논리(?)인 것이다.

25만원이라는 지원금은 못 받아도 상위소득 12% 안에 드는 국민이라면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으쓱할 텐데! 그와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아니,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정부 돈 받고 보자는 속물근성 탓일 것이다. 더군다나 지급대상이 국민의 절반(50%)도 아니고 88%나 되는데 그런 지원금을 못 받으니 말이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한술 더 뜨는 것이다. 이의신청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의 90%까지 지급이 되도록 구제(?)를 하겠다는 식의 뉘앙스를 흘린다. 그래, 어차피 말로 하는 정치이고, 대선(大選)이 6개월 후인데 무슨 말은 못 하겠는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했다. 이들의 이런 식의 행보가 식상할 뿐이다.

서울에서 20여 년째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영업시간과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이어지면서 가게 매출이 줄자 건물 월세와 직원들의 월급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또,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경기도 평택에서도 30대 후반의 노래방 사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남 여수의 시청인근 치킨집 점주의 자살 소식은 무엇이란 말인가?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라는 말이 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임대료와 생활비, 체불된 보험료를 해결하지 못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야만 한 자영업자들이 이들뿐이겠는가? 언론에 보도만 안 됐을 뿐이지! 죽음을 택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 상생 국민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 25만원. 나는 그 돈을 못 받아도 좋으니 자영업자들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책은 요원하기만 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고,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 지급하는 제5차 재난지원금을 이왕이면 추석 이전에 지급하여 국민들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화요일 현장 근무 지원을 다녀왔다.

여덟 시 반까지 현장에 도착 역할분담과 교육을 마치고 각자의 위치에서 지역 상품권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말 그대로 준다는데 받는 사람들은 표정은 하나같이 밝기만 한데 현금이나 다름없는 상품권을 취급하는 공무원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그래, 상위소득 12%를 제외하지 않고 준다면 이렇게 많은 고급(?)인력들이 이리 나와 하루 종일 긴장감을 풀지 못하고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면서 또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 세대여야 하는 필자와 같은 이들의 아쉬움을 헤아리게 된다.

그러면서 또 살던 원룸까지 빼서 직원들 봉급을 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맥줏집 사장과 같은 자영업자를 추모한다. “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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