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심화…양봉농가들도 말이 아니다

[무안신문]

이재광(친환경농업 식량정책팀장)
이재광(친환경농업 식량정책팀장)

“올해 봄, 기온 변덕에 사흘에 한 번 비가 왔다.” “올봄 날씨는 ‘롤러코스터’… 사흘에 한번 비” “봄철 이상고온·잦은 비에 2년째 흉작… 꿀단지가 사라진다.”

얼마 전 온·오프라인 언론 기사의 제목들이다. 올봄은 비가 참 많았다. 아니, 징글징글할 정도로 비가 잦았다. 농업에 끼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유독 시선을 끄는 기사가 “이상기온에 꿀단지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작년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더 심합니다. 원래 같았으면 하루에 한 번 꿀을 뜨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올해는 채밀(採蜜)도 못하겠어요. 벌들이 먹을 꿀마저 없거든요.”

양봉농가들에게 5월은 연중 가장 꿀 생산량이 많은 때이기에 그만큼 분주한 시기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들의 얼굴에 근심걱정만 가득하다는 것이다. 지인(?) 중에도 꽃을 찾아 옮겨가며 꿀을 채집하는 사람이 있고, 또 SNS를 통해 전해들은 얘기가 있기에 양봉업자들의 고충은 어느 정도 헤아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상기온 여파로 아까시꽃이 전국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화를 하는 바람에 채밀을 할 수 있는 기간도 짧은데, 올봄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비가 내리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동풍까지 잦아 꽃에 꿀을 마르게 했다는 것이다.

국내 꿀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아까시꽃의 개화시기에 맞춰 벌통을 옮겨가며 채밀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 가량이 되었는데, 최근 10여년 사이 남쪽과 북쪽의 개화시기가 2주 남짓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벌들이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줄었다는 얘기이다.

아까시꽃의 개화 특성상 산 아래서 피기 시작해서 정상까지 한꺼번에 개화를 하고 꽃이 핀 후 10일이면 시들기 시작하니 그 사이에 채밀을 해야 하는데, 비가 잦으니 벌들이 날지도 못하는데 그 사이 꽃들이 시들어 꿀을 모을 수 있는 날이 줄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으니! 이렇게 흉작이 거듭되면서 상당수의 양봉농가가 파산을 하거나 농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벌꿀의 작황 감소가 기상변화 등과 연관이 있으니, 양봉농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자연재해로 인정 정부차원의 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벌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밀원식물의 확대를 역설한다. 고정형양봉을 위한 사계절 밀원식물을 발굴 재배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또, 노쇠한 아까시나무를 대체할 새로운 밀원식물을 식재하는데, 양봉농가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가 나서달라는 것이었다.

이제는 토착 밀원식물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꿀은 없고 보기에만 좋은 이팝나무 보다는 헛개나무를 심고, 피나무와 때죽나무를 삼자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마누카꿀, 호주 태즈메이니아 레더우드꿀, 지중해 연안국 라벤더 꿀이 모두 자생하는 밀원식물의 꿀이다.

또, 양봉장 시설과 기구를 현대화하고 디지털기술을 도입한 꿀벌 사육통을 개발 보급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산 꿀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빼지 않는다.

자연 재해에 취약한 양봉산업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뿐 만 아니리라 장기적 수급 조절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작년과 올해 생산비조차 못 건질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양봉농가들에게 사료자금 지원 등 실질적인 보상책을 마련해 달라고 한다.

퇴직(?) 후의 소일거리를 찾던 중 양봉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들을 뒤적이고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보니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물론, 다른 축종에 비해 접근이 쉽다보니 필자처럼 양봉에 발을 들여 놓겠다는 사람들은 느는데, 밀원수로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꿀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의 화분매개 기능에 의존하고 있고,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추산에 의하면 식량재배에 기여하는 꿀벌의 경제적 가치가 자그마치 373조원에 이른다니 말이다.

그래, 이런 꿀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밀원식물 확대가 관건이라면 유채도 심고 해바라기도 심고 관광지나 유원지의 주변은 물론 유휴지에 경관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그 대안(代案)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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