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불은 불로서 끄고 이슈는 또 다른 이슈로 덮는다고 했다. 눈다운 눈이 내렸다. 그래, 차라리 더 내려 새해 벽두부터 주변을 맴도는 불온한 기운들을 조류독감 걸린 폐사축 매몰하듯 땅속에 묻든지! 랜더링(Rendering)처리라도 해서 시야에서 안 보였으면 하는 심정이다.

▲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이재광
▲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이재광

사려 깊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데도 물고 늘어지듯 하면 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한솥밥을 먹는 사람으로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래, 성격이 유(柔)하고 여리다 보니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이 빌미가 되고, 또 구설수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면서 ‘지자체장이라면 카리스마도 있고, 모진 구석도 있어야 하는데....’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려다 말끝을 흐리게 된다.

새해 연휴 쉬지도 못하고 전날부터 출근해서 AI 발생농장 뒷수습하느라 점심식사 시간도 잊은 채 일하는 직원들이 안쓰럽다며 마련한 늦은 점심식사 자리에 때맞춰 실시된 정기 인사로 자리가 바뀐 사람이 있어 고생하게 되었다며 따라준 술 한 잔이 그렇게 지탄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군수님) 자신은 이빨치료 때문에 술잔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데, TV 뉴스를 켤 때마다 ‘대낮술판’ ‘소주파티’ 하는 자극적인 표현들이 식상함을 느끼게 했다. 4인 이상 식당 예약 금지이니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것이 맞을 텐데! 확인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메뉴까지 들먹일 필요가 있었을까?

엎질러진 물이기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고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고 군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데,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물론, 방송의 공영성과 취재원의 자율성을 남으라고 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님)

사실, 필자 역시 한때 축산부서에서 근무를 했었다. 동물 복지농장이 늘고 있는 추세이나 가축의 사육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렇다 보니 가금류의 조류인플루엔자, 우제류의 구제역과 돼지열병, 브루셀라 등 병명조차 생소한 가축의 법정전염병과 인수공통전염병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을 한다. 한마디로 사시사철 심간(心肝) 편한 날이 없다는 것이다.

(군수님 자신이) 축산업을 경영해서 가축방역 부서의 고충을 헤아리기에 미안한 마음에서 직원들을 위한다는 것이 그만.... 물론, COVID-19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구설수에 오르고 또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확대 재생산이 되고, 일파만파로 번져 정치권으로까지 비화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녹을 먹는 하위직의 한 사람으로서 세상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다소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래, 누가 뭐라고 하든지! 나는 군민만 믿고 내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누런 황소처럼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지도자의 모습을 군민들은 원할 것이다. 또, 지금은 그런 모습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군수님, 부디 굳건하게 대처하십시오. 이만한 일로 흔들려선 안 됩니다. 800여 공직자와 9만 군민은 군수님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힘내십시오”라는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가 그리운 때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태가 일 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온전한 곳이 없고 성한 구석이 드물다. 국민들의 방역에 대한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피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종교계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목소리이다.

그래, 옛말에 열흘 굶어 군자(君子) 없고,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안 넘을 사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 주면 어떨까? 주제넘고 염치없는 부탁을 드려 본다. 그러면서 또 기우(杞憂)이겠지만 새해 벽두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는 이런 불온한 기운들이 1년 5개월이나 남은 다음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보여 지는 그런 것들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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