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탁을 하지 마라’는 말이 공염불(空念佛)에 그친 때문이 아닐까

[무안신문]

▲이재광(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이재광(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그가 좋아하는 행동보다는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쉽고도 단순하지만 실행에 옮기자면 어렵고 복잡하다.

과거 관선 때도 그렇지만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공무원 조직의 인사는 공무원 조직 내부만의 일이 아니라 세간의 이슈로까지 대두되고는 한다. 정실인사니 청탁 인사니 하면서 뒤끝이 항상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사 청탁을 하지 마시오!’라는 얘기도 매번 나온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야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절박감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오듯 순리대로만 인사가 이뤄진다면야 외부에 청탁한다거나 이런 얘기를 더 하거나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요즘에는 청탁(請託)이라는 표현보다는 경직성이 덜한 부탁(付託)이니 협의(協議)니 하는 말로 바꿔 자신들의 신상 문제를 얘기한다고 하니 공무원조직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마태복음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공무원조직에서 인사에 관심을 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벌써 이십여 년 전이다. 도내 모 지자체장이 꺼낸 참으로 놀라운 얘기가 떠오른다.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개를 해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얘기가 그것이었다. 물론, 그런 약속이 지켜졌는지! 그렇게 공언(公言)을 했기에 더 이상 청탁하는 사람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모금의 청량제처럼 신선하게 와 닿았던 게 사실이다.

‘정치는 가도 행정은 남는다.’라는 서양의 속담이 있다. 직업공무원 제도의 근간이 많이 희석되었다고는 하나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한 번 임용이 되면 스스로 포기를 하지 않는 이상 그 신분은 유지가 되고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특권도 스스로가 지키려고 노력할 때 가능한 것인데, 스스로 내팽개치려는 듯한 모습들이 아쉽다.

공직에 입문한 지 삼십여 년을 넘어 이제 사회 적응 훈련(?) 교육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필자 역시도 그동안 매번 인사가 있을 때면 가슴을 조여 가며 결과를 지켜보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타고난 성격 탓에 매번 인사를 앞두고도 ‘선처(善處)해 주십시오!’라는 얘기를 한 번도 해 보질 못했던 것 같다. 자신의 신상에 대한 발언도 못 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천거(薦擧)하겠는가마는 그렇게 처신을 하다 보니 일곱 끗에서 여섯 끗을 13년 몇 개월 만에 올라채며 칠낙팔승(七落八乘)이라는 필자만의 신화 하나를 만들기도 했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은 비위치레 못하는 필자의 타고난 천성(天性) 탓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인지라 속물근성을 벗지 못하고 물에 빠진 사람의 심정이 되어보고 싶다가도 접었다. 그것은 공무원의 인사는 조직 내부에서 순리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과 지역 여론을 형성하고 공무원조직을 자신들의 취향에 맞추려는 이방인들에게 신상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누구누구한테 청탁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주면 고맙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일순간 은혜를 입었던 사람한테 서운한 모습을 보였을 때 감당해야 하는 고충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결심을 굳힌다. 최소한 비굴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지!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다 파면·해직된 동지들의 얼굴을 떠올려보고는 했었다. 최소한 그 사람들한테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그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그 사람이 그 행동을 싫어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와 함께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한 행동을 자신이 하는 것은 물론 타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이유일 것이다.

또, 지방 행정조직에 있어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사람은 민의를 읽어야만 하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을 텐데! 자신한테 도움을 준 사람이 부탁하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도 어렵고 들어줄 형편도 안 된다면 어떨까? ‘내가 당신을 무엇 때문에 도와줬는데,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면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벼루고 벼를 것이다.

공무원 개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일이라면 인사를 하는 사람이나 인사에 임하는 사람이나 다 같이 홀가분할 텐데! 바야흐로 인사철이다. 코로나19 펜데믹 공포 속에 십몇 년 전에 들었던 얘기를 다시 듣는 것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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