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의 배양실 운영으로 농업인의 기대에 부응)

[무안신문]

▲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이재광
▲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이재광

언택트(un contact)로 대변되는 COVID-19 사태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래, 어떻게 하면 시대에 뒤쳐지지 않을까? 남보다 앞서지는 못할망정… 이런 강박관념 탓인지 가는 한해가 아쉽기만 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뒤적이니 작년쯤에 제작한 것 같은 모 시군 농업용 유용미생물 배양시설 홍보 영상(https://youtu.be/xHwJWWOto94)이 있어 공유하면서 우리와 비교를 하게 된다.

그래, 타 지자체에서는 벌써 7∼8년 전부터 시설을 갖추고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유용미생물을 배양하여 공급해오고 있는데, 부끄럽게도 우리는 시설부지가 마뜩잖다는 이유로 질질 끌다가 작년 초 유통시설을 개보수해서 배양기를 들여 놓았다.

시설을 하면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그러면서 호랑이는 그려내지 못했어도 고양이는 그려냈고 시설준공과 함께 금년 상반기 장비시연과 시험배양을 마치고, 고초균 및 효모균을 포함 4종의 미생물을 주 1회 배양 매월 8톤 이상의 배양액을 농가에 공급해 오고 있다.

사전 충분한 준비와 전문지식을 갖고 팔을 걷어붙였으면 좀 더 근사한 시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또 무엇보다 기존시설을 활용하다 보니 지면보다 1미터 가량 배양실 바닥이 높아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배양실을 찾는 농업인들의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장은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매주 금요일 오전이나 오후 배양실을 들르면 미생물을 공급받으러 온 농업인들 차량으로 배양실 마당이 붐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공급대장에 서명을 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곳에 와서 미생물을 받아가는 농업인 중에는 벌써 오래 전부터 미생물을 농업에 이용해온 사람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분들께는 사용방법을 따로 설명해 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 직원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 미생물을 확보해서 사용하느냐고 여쭈니 시중에서 구입하기도 하고, 인접 시군의 배양센터에서 알음알음 얻어다 쓴다는 것이다.

그래, 타 지자체(시설)에서 얻어다 사용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겉으론 내식은 않지만 속으로는 ‘너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면서 힐난을 하거나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17∼8년 전 농정조직과 지도기관 통합의 목적이 진정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매주 금요일 배양실에 들를 때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포장해 놓은 미생물 배양액을 받아가는 농업인들을 대할 때면 나는 항상 부채감을 느낀다.

뒤늦게 밝히지만 시설개소와 함께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경종 농업인을 대상으로 미생물에 대한 교육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연초 불어 닥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난데없는 재앙 앞에 야심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늦었지만 하는 것처럼 해 보겠다던 소박한 포부마저 펴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 뜻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장시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유통시설의 내부를 정리하는 일도 그렇고, 골조에 판넬을 붙여가며 배양실을 짓는 과정도 그랬다. 알아야 면장(面墻)도 하고, 업자(業者)도 다룬다는 말이 있듯이….

비록 지금은 배지와 균주를 구입 미생물을 배양해서 공급하지만 전문 인력이 확보가 된다면 우리 지역 토양에 가장 적합한 미생물을 만들어 냄은 물론 전체 농가가 필요로 하는 양만큼의 충분한 양의 미생물공급은 당장 어렵더라도 지난 4∼5개월 동안 공급된 농가의 의견을 취합 수요가 많은 균종에 대해 배양횟수를 늘리는 등 수요자 중심으로 배양실을 운영해 가리라!

유용미생물 공급을 통해 성경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날로 황폐화되어 가는 농경지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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