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상품판매장에 진열된 상품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

[무안신문]

▲이재광(무안군청, 친환경농업팀장)
▲이재광(무안군청, 친환경농업팀장)

“무안 관광 상품판매장 개업식 합니다” 읍내 낙지골목에 관광 상품 판매장 문을 연다고 해서 관광 상품으로 어떤 것들을 진열해 놓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주 금요일 본청에 다녀오던 길에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었다. 물론, 페이스 북을 통해 사진으로는 봤지만 관광 상품판매장이라고 하니 확인을 하고 싶었다.

사실, 이런 화젯거리를 만든 사람과는 식당 손님으로 두어 번 대면한 적이 있고, 또 SNS를 통해 이름 정도는 알기에 어색함 따위는 개의치 않고 개업 준비에 바쁠 가게 문을 밀치고 들어갔던 것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잘 정리가 되어 있다. 한 바퀴 빙 둘러 보고는 매장을 관리하고 있는 매니저한테 여쭤봤다. “이곳 무안에서 생산된 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려했던 대로 대답은 단출(?)하기만 했다. 고구마와 곱창 김, 양파 즙이 전부였는데, 최근 알음알음으로 황칠 엑기스를 진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진도의 홍주, 완도의 비파와인, 장흥의 한우육포와 무산 김, 신안의 함초 소금. 영암의 무화과 양갱 등 인근 시군에서 공수(?)해온 상품들이 각기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관광지의 상품코너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무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나 필자처럼 수십 년간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큰일을 해냈다며 SNS상 축하한다는 댓글에 대해서 무안상품 찾기가 힘들었다고 하니, 나는 다시 무안스럽고 무안사람답게 아이스박스에 산 낙지를 담아주고 양파자루가 들려주는 것이 이곳의 상품이라면 우스갯소리를 남겼었다.

그러면서 잠깐이지만 해남의 고구마 빵 아주머니를 떠올려 봤다. 한반도 육지의 최남단 땅끝 해남까지 찾아온 외부의 관광객들 손에 무엇을 들려줄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잉태를 해낸 것이 고구마 빵이라는 것이다. 해남의 쌀과 해남의 고구마로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앳돼 보이는 소녀 같은 오래 전에 봤던 모습이 스치는 것이다.

그래,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는 없는가?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외부 사람들은 이곳(무안)에 와서 이런 시도를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뭐지? 못하는 것일까? 안하는 것일까? 낙지골목은 외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은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이곳까지 온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것을 알기에 관광 상품판매장을 이곳에 만들 구상을 했을 것이다.

이는 당장 상품 판매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성급함보다는 이곳을 찾은 외부에서 온 고객들에 대한 배려일 것이라 생각하니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이 대단하기 까지 한 것이다.

“땅끝마을에 다녀왔습니다. -피낭시에-” 땅끝 해남까지 왔으니, 무엇인가 하나는 손에 들고 가야지 그곳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지! 이렇듯 무안까지 와서 낙지 코스(?) 요리로 포만감을 느낀다면 낙지는 되었고 다른 무엇인가 하나는 사가지고 가야지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무안 관광상품 판매장’이라는 간판에 시선이 머문다면 판매장 문을 밀치고 들어설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냈다는 것이 신선해 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얘기를 듣고 보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곳이 무안이고 판매장이 낙지골목에 있으니 무안상품을 팔고 싶었고 그렇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어느 누구하나 무안에 대한 정보나 무안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알려 주질 않더라는 것이다. 벌써 몇 개월 전에 가게 내부수리를 마쳤지만, 진열할 상품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하나같이 무안상품은 취급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 노릇을 어찌할까? 오녀연 택서현(吾女娟 擇壻賢)이라는 말이 있다. 즉, 내 딸이 예뻐야 좋은 사위도 고른다는 말이다.

정작 팔아 달라 내세울만한 상품도 없고, 소개도 해 주지 않으면서 남의 물건만 팔아준다고 서운하다하면 어쩌란 말인지! 또 지구촌시대에 살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사람들한테 전라도 특산품을 판다는데, 그걸 이해 못하면 우리는 그릇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필자를 포함 우리 농업계의 자성(自省)과 함께 낙지골목 무안관광 상품 판매점의 개점을 축하하며, 발전을 빌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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