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전화 통화 두렵다…불신사회 깊어져
만약 대비한 방어용…의도적 전화 유도 질문 녹취도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요즘 상당수 사람들은 핸드폰 전화 통화가 두렵다고 말한다. 녹취 때문이다.

▲핸드폰 녹음
▲핸드폰 녹음

대화 중 녹취가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녹취 내용들은 상황에 따라 흉기보다 더 무섭게 나타나 당사자들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심지어는 수년 전 녹취 파일도 나오고 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녹음이 필요한 사회,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빈약하고 모순이 반영된 상황이 많이 일어난단 반증이다. 그러나 문제는 통화녹음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만약을 대비한 방어용이라지만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1인 1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로 상대방과의 통화를 녹음한다. 사적 만남의 대화도 마음만 먹으면 녹취가 가능해 무의식적으로 뱉어 놓은 말이 발목을 잡게 된다. 통화 녹음이나 녹취록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고, 주장이 상반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핵심 증거가 되기도 한다.

최근 휘몰아친 ‘검언 유착’ 의혹에서도 방송사 기자와 검사장 간 통화 내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해당 기자 측은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때론 유력 정치인의 민낯 대화가 공개돼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주고, 연예인을 둘러싼 폭로성 녹취에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재벌가 ‘갑질’ 논란 등 부당함을 고발할 때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녹취 파일이다.

실제로 무안지역에서도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 후보를 상대로 한 녹취파일이 돌면서 그 후보는 공천을 받고도 공천장이 취소됐다. 그러나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억울한 상황이 됐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통화 녹음은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부당한 처우, 주장이 갈린 분쟁 등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장치란 목소리는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사생활 침해란 경계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상대가 의도적으로 녹취를 위해 전화하여 질문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아 공인들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핸드폰 녹음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요즘 핸드폰은 자동 녹음 장치가 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녹취가 가능하다. 일일이 녹음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통화가 시작되면 자동으로 녹음이 시작하고 통화가 종료하면 녹음도 정지돼 편리하다.

김모(무안읍) 씨는 “평소 알고만 지내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 필요 이상 질문을 하면 녹취하는 것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든다”며 “전화 대화마저 어려운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녹음과 관련해 “불신도 있지만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며 “어떤 상황에 따라 나의 이해관계가 갑자기 영향받고 변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하다 보니 ‘혹시라도 이런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최소한 나를 보호하는 장치로 자꾸 녹음하는 경향이 많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여러 주와 프랑스 등 몇몇 나라들은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통화 녹음을 규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사자가 통화 대화에 참여했다면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것이 허용되며 법적 증거 능력도 인정된다. 단, 상대방 음성권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순 있다.

반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삼자가 타인들 간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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