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원가 3,300원, 출하 2,500원…두당 7∼8천 원 손해
수요감소, 수입산, 유통업체 비축물량 출하 악재
다음 달 김장철 상승 기대…가격 하락 막는 정부 긴급수매 필요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후 한때 치솟았던 돼지고기 값이 출하량이 급증하면서 급락, 산지 양돈농가들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 채 출하하고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데도 막연한 불안감에 소비까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돼지고기 수입의무물량 방출과 대형 유통업체 및 가공업체 등이 ASF 확산을 기회로 물량을 쌓아 두고 있다가 일시에 시장에 풀면서 가격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지역에 대해 정부의 돼지 수매로 인한 공급량 증가도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

지난 18일 돼지 150두(두당 115Kg)를 출하한 박모씨는 ㎏당 2,500원에 출하했다. 생산원가가 3,300원을 가정할 때 Kg당 8천원 손해로 120만원 손해를 봤다.

이러다 보니 일부 양돈농가들은 가격 하락 장기화에 대비해 전답마저 급매로 내놓은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돼지값 하락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후 일시이동중지 명령과 권역화 통제 조치 등으로 도매시장과 경매장에서 가격이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가들은 제때 출하가 안 돼 가격 하락은 접어두고라도 사료값 피해는 덤이 됐다.

설상가상 돼지고기 의무수입물량도 시장에 풀리면서 양돈농가들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난 18일 1㎏당 2,500원에 그쳐 지난 9월 평균 4,791원보다 32.8%나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 3천911원과 비교해도 22.9% 낮다.

돼지고기 소매가격(냉장 삼겹살) 역시 1㎏당 1만9,170원으로 2만원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은 2만240원이었다.

박씨는 “양돈농가들은 지금 원가도 못 건지고 있지만 주변에서 큰돈을 벌고 있다고 하면 속이 탄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한 달 넘도록 농장 안에 틀어박혀 커 가는 돼지를 그대로 둘 수도 없어 출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양돈농가 박모씨는 “구제역 때도 이처럼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는데 이대로 가다간 양돈농가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면서 “대규모 유통업체나 가공 업체 등이 물량을 쌓아 놓고 있다가 일시에 시중에 풀면서 농가들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유통구조의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해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2018년 2분기 축산물 유통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돼지고기 유통비가 41.3%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양돈업계는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 대대적인 돼지고기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감이 깊어 추락한 돼지고기 소비를 끌어올리기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농가들은 앞으로 김장철을 맞아 돼지고기 값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때도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양돈농가 줄도산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앞장서 소비촉진 운동은 물론 가격 하락을 막는 초과 출하량 긴급수매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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