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종종 이용하는 수원역에는 신문을 성처럼 쌓아놓고 파는 아저씨가 있다. 나는 이 아저씨가 풍기는 의기양양한 기운이 좋아서 곧잘 그 앞에 가서 선다.

아저씨는 내가 그냥 제목이나 훑어보고 갈 손님인가, 신문을 살 사람인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어본다.

이 아저씨는 내가 신문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5백원 짜리 고객쯤으로 치부하고 얼른 물러서지 않는 나를 잠시도 쉬지 않고 주변을 훑으면서 야릇한 표정으로 지킨다.

내가 이 곳에 서기를 좋아하는 것은 신문의 가장 빛나는 얼굴이 이곳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몇 분 후면 휴지처럼 굴러다닐 신문이 이곳에서는 위풍당당하게 성을 이루고 독자 앞에 서슬 푸르게 버티고 있다.

이 기세를 살려주는 가판 대 아저씨의 저 자신만만한 얼굴이야말로 신문의 위신을 세워주는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소도구이다. 나는 신문이 훌륭한 상품이 되어 성처럼 쌓여 있는 이곳에 서면 행복해진다. 이 성처럼 쌓여있는 신문이란 이만큼 많은 사람이 신문을 사간다는 뜻이요, 저 아저씨는 그것을 확신케 하는 바로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신문 가판대 아저씨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인터넷 시대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열면 거기에 신문이 있는데‘아직도’신문을‘사서’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신문이 이처럼 당당히 상품으로 서 있다는 사실에‘안도’하는 나는 아직도 21세기형 인간은 아닌 모양이다. 오프라인 신문은 인터넷 신문에 적이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스포츠와 연예기사로‘승부’를 내려는 요즘의 신문 판은 어쩌면 오프라인 신문의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정보화시대는 우리 문화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발벗고 자기혁신에 혁신을 거듭하지 않으면 진정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신문을 성처럼 쌓아놓고 다 팔 자신에 차있는 아저씨를 보고 위로를 받고 있는 나의 모습은 이 정보화시대의 발빠른 변화를 쫓아가는 나의 피로의 일단을 드러낸 것일 터이다.

인터넷 시대 정보를 찾고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는데 이 정보를 찾아 이용하자면 읽고 육화 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책으로만 지식을 확보하던 시대에 비해 도리어 시간과 노력이 월등히 많이 요구되는데 거기에 지식 정보의 생명은 5년 정도이니 눈이 돌아갈 지경이 아닌가.

취업에서 면접이 그 어느 성적보다 중요해진 오늘, 강의 중에 기업이 회피하는 사람을 일러주다 보면 이건 면접 시험을 위한 공부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누구나 에게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멋 대로이며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 우수한 점은 많은 수재이지만 막상 활용할 지식은 빈약한 사람,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센 사람,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 의욕은 있으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 최신 정보에 둔감한 사람, 상대방의 요구에 대한 대답이 분명치 않은 사람, 목표의식이 없는 사람…”이런 사람을 기업이 회피한다는 것이다.

이 중 주목되는 대목이 ‘활용할 지식이 빈약하다’‘최신정보에 둔감하다’‘지적 능력이 떨어진다’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제멋 대로인 사람도 문제지만 활용할 지식이 없거나 최신 정보에 둔감하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란 21세기 사회에 정말 쓸모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사람’이 곧 경쟁력인 21세기는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기르는데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이미 정설이 되다시피 되었다. 신문 가판 대에 놓인 스포츠 오락 신문만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N세대들은 셀룰러 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느라 날을 지샌다.

어느 출판비평가는“지금 젊은 세대는 책을 읽지 않지만 다음 세대인 청소년들은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요즘 쓰이는 사오정이라는 말은 지금 책을 읽지 않는 세대에게 주어질 용어가 아닌가.

활용할 지식으로 무장한 다음 세대에게 밀려 40, 50에 정년을 ‘당하는’세대가 되지 않겠는가, 나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면서 이 협박 성 충고를 빼놓지 않는다.

나 역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생각해보면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낸 경우가 많다. 전에 책을 읽던 시간이 인터넷과 메일, 문서 작성하는 시간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시대가 우리에게 준 편리에 버금가게 컴퓨터에 매달리고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넓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읽을 시간을 빼앗긴다면 이건 최신정보와 활용할 지식을 확보하여 지적 능력을 키우는 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활용할 지식이 빈약하고 최신 정보에 둔감하여 지적 능력이 떨어짐으로써 내 분야에서 퇴출 당하기 전에 우선 나부터 매일 정신 바짝 차려 자기 혁신에 나설 일이다.

초당대 교수/ 서 정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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