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축제, 해를 거듭할수록 정체성 잃어…백련 음식·상품없어
연잎, 연근, 연근가루, 연쌈밥, 연자 구하기 어려워
농가, 연 재배 기피…수매 가교역 일로농협 관심 줄어
생산적 소득축제 고민해야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무안군 대표축제로써 올해 23회를 치른 연꽃축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여름축제를 빙자해 연과 전혀 관련없는 ‘I-쿨존’이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무안군은 자연발생지로 동양최대인 10만여평의 백련지를 소재로 군민화합과 지역 농산물을 연계한 소득축제를 도모코자 지난 1998년부터 연꽃축제를 개최해 왔다. 7월부터 9월까지 개화하는 백련의 특성에 맞춰 열리는 연꽃축제는 자연과 밀접해 폭염, 태풍, 비 등 3재(三災)가 매년 축제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쳐, 개최 여부 찬반 논쟁까지 불러오면서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그 동안 연꽃축제는 동양최대의 자생 백련지 10만평을 자랑만 했을 뿐, 백련을 주제로 하는 전국 20여 개의 백련축제와 차별화에 실패하고 있다. 10만여평의 동양최대 자생지라는 명분만으로 관광객을 유혹하기에는 높아지는 관광객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한계가 있다.

더구나 아이디어 부재, 반복되는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한계는 짙어져 갔고, 1998년 연꽃축제로 시작해 백련축제-백련대축제-연산업축제-백련문화마당-무안연꽃축제에 이어 지난해부터 다시 연꽃축제로 이름만 7번 바꿔가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축제 이름만 혼선을 초래했다. 무엇보다 축제 성공을 위해서는 대도시 관광객을 끌어와야 하지만 전국 20여곳에서 연꽃축제가 난무한 상황에서 구태여 무안까지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서울·경기지역은 시흥 관곡지, 강화도 연단지(논두렁축제) 등에서 연꽃군락을 구경할 수 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충남 부여의 궁남지, 전주의 덕진공원에서도 구경이 가능하다. 여기에 경상도 지역도 대구를 비롯해 상주, 함양, 함안 등의 대단위 연꽃단지가 있어 무안 연꽃축제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특히, 백련지는 피서지로의 변화가 필요했지만 부대시설이 열악했다.

이에 무안군은 2004년 회산백련지가 관광지로 지정받아 2007년부터 관광지 조성사업을 시작, 지난해까지 400여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주차장시설, 생태연못, 관리동, 화장실,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 등으로 시설물들이 만들어 지고 뜯기는 경우를 반복했지만 성공축제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관 주도의 단순한 테마 축제로 반복되면서 축제 주체도 공무원이었다. 곧 주민들은 관이 벌인 굿판에 끌려나온 들러리에 불과해 축제가 끝나면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주민들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수억원의 혈세가 드는 축제가 정체성을 잃어가며 소득축제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오히려 불편만 안겨 주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무안군이 소득축제를 도모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무안군은 연꽃축제를 지역소득과 연결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신활력사업 백련클러스터를 추진해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대한민국 연산업축제’로 수익형 축제를 모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로농협이 주축이 돼 연 재배 협동화단지가 조성됐고, 한때 2만여평의 연을 백련지 주변에서 재배했다.

그러나 현재 일로지역에는 4∼5명의 농가만 연을 재배하면서 수년 전부터 연 재료를 구하기 어려울 만큼 축제장에서 연 음식과 관련 제품이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더구나 8월 개최되던 연꽃축제를 올해부터 한 달여 앞당겨 7월 개최하면서 연근이 가을부터 밑이 들기 때문에 농가들이 연근생산을 꺼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번 연꽃축제에서 연 음식을 만들려고 준비했던 여성단체 한 회원은 “과거 연 재배 농가들이 많을 때는 일로농협을 통해 구하기가 쉬웠으나 요즘은 연을 구하려면 사정을 해야 한다”면서“갈수록 연꽃축제에서 연 음식이 사라지고, 농가들 소득도 이어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일로농협의 연 재배농가의 관심이 줄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백련클러스터사업 당시 일로농협은 30여억원의 보조사업 지원을 받아 백련산지유통센터 건립을 비롯해 농가를 육성하여 연을 생산 비축 판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백련산지유통센터가 양파와 벼 비축창고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안은 관광 자원은 있으나 상품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곧 축제장은 개발만 있고 상품과 서비스는 없다. 관광객을 끊임없이 끌어들여 소득축제로 가기 위해서는 자원중심이 아니라 시장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연꽃을 지역농업과 결합해 생산, 가공, 체험을 연계할 수 있는 6차 산업으로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지역관광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편집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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