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최승자

[무안신문] 벌써 여섯해. 처음으로 다문화라는 단어를 상기하면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이라는 이름으로 현관문을 들어섰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벌써 6년을 전혀 몰랐던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과 지내왔다. 처음엔 내가 다문화사회에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자리를 옮겨 다녀도 되돌이표 였기에 낯설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곳은 모두가 낯설기만 한 곳 이었다.

임직원들의 서툰 업무처리방식도 낯설고 이민자들의 각양각색 지지배배 소리도 낯설고, 열악한 근무환경도, 바닥인 예산관리까지도...

하지만 적응하면서부터는 일사천리로 달리기 시작하기를 6년.

우선은 운영상 후원자를 모집해야만 했고 다음은 이민자들의 삶을 돌봐야했고 또 다음은 자기의식이 강한 시어머니들을 어르고 달래며 가정에 안녕을 돌봐야 했다.

어느 날은 남편한테 죽지 않을 만큼 매를 맞고 도망 오는 이민자들도 있었고. 잘살아 보려고 왔는데 더는 못살겠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이민자들도 있었고. 또 2세 아이들이 말을 못하는 것도 엄마 탓 이라며 시어머니들의 원망서린 음성도 들으면서 많은 경험을 해야만 했었다.

시집온지 3개월도 않된 부인이 우리나라 문화나 언어를 빨리 못 배운다며 멍청하다고 구박하는 남편들 틈새에서 가정상담을 하며 심장 저 밑바닥까지 뜨거움이 용솟음치기도 했던 시간들...

그리고 6년.

그동안 이민자들을 이민자들이라는 생각보다는 내 아이들이라는 마음으로 가슴에 품다보니 지금 그들은 여러 면에서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처음에 나는 이들에게 무조건 국적취득을 해야만 하고, 운전면허를 따야하고, 돈벌이를 나가려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회사를 가야한다며 설득을 하였지만 이민자들의 머릿속에는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곳만을 전전하다 보니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나도 이들과 함께 생각이 성장하여야 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하나하나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키고 쓰다듬고 가슴에 품어 안아주다 보니 지금 이민자들은 “당연히 그래야죠”라는 말을 스스로 한다. 그럴 때면 내 심장은 또 뜨거워진다.

“그래 이 아이들이 내 진심을 받아들였어” 신이 나서 국적취득 수업은 주말을 이용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공부를 하도록 한 결과 현재 30%가 우리 국적을 가지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 우리국민으로서의 권한은 아무것도 없고 여자라는 굴레의 의무만 주어진다. 단순히 애 낳고 살림하고 돈 벌고 가정주부, 00부인, 며느리만 할 수 있는 의무...

이젠 우리 모두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주어야 한다.

결혼이민자에 한하여 결혼한지 몇 년, 또는 아이출산 후 몇 년이 지나면 국적은 의무적으로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들의 국적취득 조건도 까다롭지만 취득하기까지의 시간 또한 많이 걸리고 경제적인 부담까지 주어진다. 저 출산에 목메고 있는 정부는 결혼이민자들의 출산율을 감안 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한다.

이제 6년이라는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

눈물을 흘리며 붙드는 아이들을 뿌리치고 나 역시 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노인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현장에 가서 재능기부를 할 생각이다. 우리사회의 재능기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하여도 내 스스로가 행복함을 느낀다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모쪼록 결혼이민자들이 한 사람도 가정에서 낙오돼지 않도록 우리 모두에게 부탁드린다. 그들의 미래에 대한 안녕은 우리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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