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 우리 사회가 대화 단절, 소통 부재 등으로 각박해져 가면서 우발적 분노에 의한 강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가족, 친척, 친구간을 비롯해 처음 본 사람에게도 ‘묻지마 폭행·살인’이 빈번해지고, 도덕적 가치의 최후 보루라 여겨지는 성직자들까지도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아 우리들의 일그러진 사회가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분노조절 실패에 의한 살인은 대상이 무작위라는 점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 더욱 심각하다.

지난 7월23일 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이 가게 단골손님이던 김모씨(45)는 카운터를 보던 황모(51·여) 씨와 언쟁을 벌였다. 몇시간 뒤 다시 돌아온 김씨는 편의점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황씨의 남편 최모(54) 씨는 화상을 입고 입원했다가 결국 숨졌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황씨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지난 10월14일 사회를 경악케 한 사건은 또 있었다.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손님 김모(29) 씨가 아르바이트생 신모씨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했다. “테이블을 정리해 달라고 했는데, 불친절하게 대했다”는 이유였다.

두 사건 모두 발단은 작은 말싸움이었다. 마음속에 인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아 마음을 참지 못한 결과,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일어난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중 분노와 같이 우발적 동기에 의해 일어난 사건은 전체 2만7071건 중 8343건으로 전체의 30.8%를 차지했다. 폭력범죄(상해, 폭행, 협박 등)도 우발적 동기가 전체 38만965건 중 13만7411건으로 전체의 36.1%였다. 강력, 폭력범죄 중 3분의 1이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해 일어난 범죄라는 의미다.

문제는 분노 조절 장애(습관 및 충동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분노 조절 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5986명이다. 2013년 4934명, 2014년 2962명, 2015년 5390명, 2016년 5920명으로 4년 새 20%넘게 늘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분노 사회로 물들어 가고 있는 사이에 사각지역에 방치된 아프고 약한 사람을 어루만져야 하는 성직자의 일탈행위도 수년 전부터 끊이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1개월여 동안 방치했다가 발견된 경기도 부천의 여중생 사망 사건이 큰 충격을 줬다. 시신이 미이라 상태로 발견되는 등 범죄가 엽기적이고 범인인 아버지가 목사였기 때문이다. 미이라 상태인 시신 주변에는 염화칼슘으로 보이는 흰색 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습기제거제도 놓여 있어 악취도 나지 않았다.

2016년 10월에는 서울 금천구의 한 교회에서 갈등을 빚어왔던 두 목사가 서로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고, 올해 들어서는 성직자들의 성범죄도 도마에 올랐다.

무엇보다 성직자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그런데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성직자의 비뚤어진 행태는 그들이 속한 종교와 대다수 선량한 성직자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신앙심 깊은 신도들에게 자괴감을 안겨 주는가 하면, 무신론자들의 종교 혐오를 부채질하기도 한다. 이는 성직자가 너무 많아졌고, 종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현대 종교의 세속성’ 탓으로 ‘함께’가 없는 한국종교가 되고 있다.

분노는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절재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 분노가 가까운 관계에서 뿐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화풀이형 분노로 표출되면서 문제가 되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

현재 우리사회는 스트레스 관리가 취약해 분노를 긍정적으로 해소할 방법이 없어 언어적, 물리적으로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우가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자 역시, 언젠가 딸로부터 “아빠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욱’하는 성격이 본의 아닌 폭력성 언어로 터져 나오면서 화를 낸 게 그렇게 비쳐졌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를 넘어 극단적 이기주의가 됐고, 생각이 다르면 만나지 않는 등 사회 속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 가족도 구성원만 있을 뿐 함께 모여 밥 한끼 먹을 시간이 없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삶, 배려가 없고 가족 간에도 내 삶이 먼저가 되면서 나타나는 병폐다.

소외가 결국 분노로 이어지는 분노범죄를 막기 위해 가족들의 관심과 개인적, 사회적 스트레스의 극단적 분출을 제어할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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