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진

[무안신문]

○ 2005년 시와사람 등단
○ 시집
 『붉은여우』
 『방울뱀이 운다』
지난여름은 유난히도 뜨거웠습니다.
우리는 끌어당기기보다는
서로, 밀어 내기에 급급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가을입니다.
햇살도 그 힘을 잃고 서쪽으로 스러지는 계절

뚝, 뚝 꽃잎이 지고 있습니다.
저 꽃잎도 한번은 환했던 적 있었겠지요.
생에 한번은 향기를 지닌 적 있었겠지요.
척박한 땅에서 각자의 빛깔로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질지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잊지 못할 향기로 남아 있겠지요.

바람이 붑니다.
길가에 억새도 한 방향만 보고 있습니다.
저들도 처음부터 한쪽으로만 기울지는 않았을 텐데
기어이 한 방향을 고집하는 것은
그곳에, 그리움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쓸며 지나갑니다.
무심한 듯 걸어가는 당신의 등이 쓸쓸해 보입니다.
날아가는 새도 깃드는 곳이 있듯이
아득한 당신!

시월의 마지막 밤
기도 하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당도한 그곳이
부디, 따스하기를 ......

 

■ 손수진

○ 2005년 시와사람 등단
○ 시집
 『붉은여우』
 『방울뱀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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