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의원 수준이 왜 이리 얕은가!

[무안신문]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10월4일 장관 신고식에서도 제2의 청문회라고 할 정도로 보수야당으로부터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 장관후보 청문회 때 통과의례를 넘는 검증과정을 거치리라 예상은 했다. 보수야당이 누군가를 하나 콕 찝어 낙마시킬 것을 벼르고 있고, 그 대상이 유은혜 후보라고 지목됐기 때문이다.

누군가 하나 아작내야 존재감도 살리고, 상수로 여겨왔던 ‘내 정권’을 빼앗긴 상실감과 분노를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측면도 있다. 그런데 수준낮은 질문에, 한걸음 더 나아가 생뚱맞게 호남편중 인사(?) 문제까지 거론되었다.

몇 가지만 지적하겠다. 영남 출신 자유한국당 모 의원은 유은혜 장관의 자녀가 덕수초등학교에 다닌 것을 두고, 명문학교에 넣으려고 위장전입했다고 비판했다. 공립 덕수초등학교가 명문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따지는 국회 수준이라는 것이 한심하다. 덕수초등학교는 입시제도가 존재했던 1968년까지 명문 중학교에 많이 합격시켜 세칭 명문 초등학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8년 정부가 중학교 입시제도를 폐지하면서 초등학교에 관한 한 명문 개념은 사라졌다.

덕수초등학교는 강남이 개발되고 강북의 지체있거나 가진 자들이 대체로 강남으로 이주하고, 도심지 주거공간이 공동화하면서 학생 수가 대폭 줄어들자 특수학급 운영이라는 새로운 학교운영으로 전환했다. 이 학교에 유 장관의 딸이 다닌 모양이다. 이런 특수학급 운영은 전국적으로 특수한 지역여건을 고려해 생겨났으니 특별한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공립 초등학교를 가지고 명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그래서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그렇게도 한가한가. 여기서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그 의원은 유은혜 장관에게 “현재 종교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자녀의 위장전입을 들고 나오려는 유도 발언으로 보이지만, 뒤의 질문을 보면 유치하다. 유 장관이 “고등학교 때부터 카톨릭이었다”고 답하자 질의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종교는 천주교인데 성공회 신부의 집에 (자녀를)위장전입했다는 건 편의를 위해서 신앙을 판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위장전입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교회 다니는 자식은 교회 다니는 집에 맡겨야 하고, 불교 믿는 집은 불교신자 집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인가. 거기에 무슨 종교가 필요한가. 이런 논리구조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나왔다는 것이 슬프다. ‘신앙을 판 행위’라는 발언도 막말과 함께 또다른 편견이자 언어폭력이다.

여기에 또 엉뚱하게 지역편중 인사(?) 문제가 거론되었다. 이 문제는 별도로 다루려고 하지만 기왕 나온 것이니 한두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해당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호남 출신이란 것을 염두에 두었던지 “청와대와 정부, 서울시 등에 호남 출신 인사가 너무 많아 탕평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비호남권 공무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관을 상대로 한 분들 모두 ‘지역에 따라 흐른다’, ‘호남특별시가 됐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혹 앞으로 그런 일이 있을 것을 예단하고 쐐기를 박고자 한 정치적 발언일 수 있지만, 우선 사실 확인부터 해보자.

그가 영남 출신 국회의원이라서 지역감정을 조장해 이익을 보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호남사람들이 그동안 차별적 지역개발보다 인사상의 불이익과 차별에 더 많은 피눈물을 흘렸던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남편중 개발, 영남편중 인사로 인한 자본독점, 인사독점은 보이지 않는가.

이와 관련해 영남 출신 사회학자 최장집 교수가 어느 일간지에 한 인터뷰 대목을 인용한다. 그것이 어느 진단보다 객관적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주류 세력)는 1960~70년대 산업화를 주도한 국가 관료 엘리트와 기업 엘리트, 권력과 성장의 과실을 편중해온 경북(TK) 지역이라는 3자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80년대 말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개혁적 사회세력의 도전을 제압할 수 있을 만큼 패권적 기반이 강했다. 이런 기반이 있었기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친 후 손쉽게 재집권에 성공했다. 압도적인 권력 자원과 이를 통한 쉬운 집권은 보수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의 부재, 도덕적 리더십의 부재로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지난 19대 대선은 이런 한국 보수의 기나긴 퇴행 과정의 절정에 이른 결과로 이해된다.”

말하자면 영남세력이 권력과 자본과 인사를 독점한 후과를 지적한 것인데, 그것이 일반적 인식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정부에 요청한다. 현재의 지역별 인사 통계를 발표해주기를 바란다. 각 행정부처, 법원검찰, 정보기관, 서울시, 군대, 공기업, 대기업집단, 언론사, 금융계, 각종 연구기관의 지역출신별 간부급 인사 실태를 발표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특정지역 출신들이 인사 독식구조를 가졌거나, 그로인해 피해자가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뒤틀린 것을 고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치철학으로 내세웠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겠는가.

이낙연 총리는 이날 답변에서 국회의원 재임시절을 회고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었을 때, 서울시 국감을 간 적이 있다. (이명박)시장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 참석하는 간부 25명 중 호남출신은 한 명도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십년의 인사 불균형에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누가 인사전횡을 휘두르며 특정지역에 인사 불이익을 주었는지, 보수정권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알았다면 일말의 반성이라도 해야지, 없는 사실을 유포하면서 이간질을 하는 것은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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