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매년 고온 피해 증가…온난화 작물 전환 등 대비책 시급
관행적 농업 재배법 탈피해야…과일 특산물 한계선 계속 북상

 무안 농업군 불구, 기온·강수량 기후 변화 대책 미미
농업기술센터 전면 조직개편 강화…미래농업 연구 필요

기후 변화란 기후 환경이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에 의해서 점차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기후 변화 종류는 지구 온난화, 사막화, 엘리뇨, 라니뇨 등이 있다. 이 중 지구 온난화는 기후의 균형을 무너뜨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년 전부터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아가고 있다. 3월 하순부터 따뜻해져 봄이 실종됐고, 여름에는 불볕 더위, 가을에는 집중 호우로 물난리가 난다.

여름 바다 온도가 28도 이상 오르는 고수온 주의보도 발령된다. 축산 농가는 폭염으로 가축이 폐사하고, 과거 수입에만 의존했던 아열대·열대 과일의 국내 재배도 늘고 있다.

1900년 이후 100년간 세계 평균 기온이 0.6도 상승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1.5도로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50년 뒤인 2071년에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열대 기후란 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한 해에 8개월 이상 지속되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8도 이하이면서 얼음이 얼지 않는 기후를 말한다.   (편집자주)

무안지역 온난화 피해 매년 늘어

◆ 보리 파종 한 달 늦춰야 = 농업은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남농업기술원이 지난 2016∼2017년 쌀보리, 맥주보리, 밀 등 9개 품종을 파종 시기를 달리해 시험 재배한 결과, 맥주보리(3품종)의 경우 10월 25일에 파종한 수확량은 10a당 169㎏, 11월 5일 파종 때는 10a당 296㎏, 11월 15일 10a당 339㎏이었다. 쌀보리(2품종)의 경우도 10월 25일 파종 시 수확량이 10a당 110㎏으로 크게 떨어졌으나 11월 5일 파종은 10a당 226㎏, 11월 15일에는 10a당 301㎏으로 나타났다. 겉보리(2품종)와 밀(2품종) 의 경우도 파종 시기가 늦어질수록 수확량의 증가세는 대동소이했다.

이는 그동안 전남의 보리류 파종 적기로 보고 있는 10월 25일∼11월 5일을 뒤집는 결과다. 전남농업기술원은 보리류 파종 적기를 기존 시기에서 11월 상순∼11월 중순으로 한 달 가량 늦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역에 적응할 수 있는 저항성 품종 육성, 온난화에 대응한 아열대 과수, 채소 품목의 선발과 보급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벼 = 벼는 온도 변화에 민감해 온난화는 벼에 악영향을 미치는 면이 많다. 기온 2도 상승 시 중만생종벼 22일, 중생종 17일, 조생종 9일 정도 생육기간이 단축되고, 5도 오를 경우 벼 수확량이 15%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꽃이 핀 뒤 벼가 여무는 ‘등숙기’에 온도가 높으면 벼가 잘 익지 않아 생산량이 떨어지고, 생육 기간 단축으로 쌀알 무게가 줄며 단백질 함량이 증가해 쌀 맛이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 고온으로 벼줄무늬잎마름병 등 병해충이 증가한다.

다행히 벼는 품종 개발이 꾸준히 이뤄져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 과수 = 아열대 과일인 한라봉과 블루베리, 비파는 이미 전남지역 농가 소득의 효자가 됐다. 고흥 중심이었던 한라봉은 재배 면적이 확대돼 일조량이 좋은 나주, 무안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시범 사업에 따라 전남지역 곳곳에서 현재 아열대 작물 중 채소는 강황→여주→오크라→인디언 시금치→공심채 순으로, 과일은 망고→용과→구아바→바나나→아보카도→파인애플→패션 프루트→파파야 순으로 재배 면적이 넓다.

하지만, 고온에 의한 안토시안 색소 합성 억제 등 착색 장해로 과수 품질이 떨어지고 조기 개화에 맞춰 서리 피해에 노출된다는 면도 없지 않다. 여기에 아직 노지에서 키우기는 불가능해 아열대 과일은 비닐하우스에 보일러를 가동, 재배하다 보니 유류비 탓에 실제 소득은 낮아 신재생 에너지 등을 활용한 비용 절감 방안이 절실한 실정이다.

◆ 산림분야 = 산림대가 전반적으로 북상해 난대림 면적이 확대되고 봄꽃의 개화가 빨라지며 가을에는 단풍이 늦게 지도록 영향을 미친다. 온도 상승에 따라 한반도 산림 식생대도 이동하고 있다.

연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남부 해안지역에 분포하는 산백나무가 중부 내륙지역까지 생육 가능하고, 난대 산림이 중부지방까지 확대된다. 또한 4도가 상승할 경우 남한지역 대부분이 난대 산림으로 변하고 남부 해안지역은 아열대 산림으로 바뀌며 고산지대에만 서식하는 식물 대부분이 소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림대는 크게 한대림, 온대림, 난대림으로 나뉜다. 이 중 난대림은 연평균 기온 14도 이상, 1월 평균 기온 0도 이상, 강수량은 1300~1500㎜, 기후 조건에 의해 생장이 빠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난대림지역의 북상으로 난대림 육성과 관리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진도와 해남 지역은 황칠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가시나무, 녹나무 등 재배를 늘리고 있다.

◆ 채소 = 채소류는 온난화에 따른 오이, 토마토, 수박 등 시설 과채류가 평균 기온 2도 상승 시 난방비가 28% 절감되고 아스파라거스, 오크라, 브로콜리 등 저온성 작물 노지 재배가 가능해지는 것은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 겨울 기온상승 양파 추대 = 무안지역은 양파 파종과 정식 시기가 빨라 추대·분구 피해가 늘고 있다.

양파 추대 현상은 겨울철(10월~3월) 기온 상승으로 월동 전 생육이 왕성해 양파줄기 지름이 1㎝ 이상 성장한 상태에서 월동하게 되면 추대율과 분구 발생률이 높아져 품질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무안지역은 12월 15일까지 평균기온이 5℃ 이상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11월 중순이 적정 정식 시기지만 그동안 관례에 따라 10월 말부터 11월 초를 정식 적기로 삼아 겨울 날씨의 고온으로 추대 발생이 높다고 말한다.

◆ 조생 양파 육성 필요 = 기후 변화로 양파 재배가 과거에는 엄두조차 못 냈던 강원도 철원, 경기도 파주 등에서도 재배될 만큼 북상, 전국화로 양적 팽창이 되고 있다. 따라서 무안의 양파 재배 면적이 예전에 비해 줄지는 않았지만 전국 재배 양파 면적 대비 매년 줄어 주산단지로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에 중만생종 양파를 줄이고 극조생 및 조생 양파로 전환,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만생은 24도 이상이면 잎마름병 증상이 증가하고, 25도 이상이면 뿌리 활착이 떨어져 구 형성이 잘 안 된다. 아열대 기후 변화로 무안지역이 5년 전부터 잎마름병 증상이 증가하고 있고, 최근 3년 전부터는 4월초부터 양파 성장의 임계온도인 25도 이상의 날씨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도 조생 양파 전향과 무관하지 않다.

◆ 해수 온도 상승, 낙지 등 갯벌 생태 교란 = 수온도 기후 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기후 변화가 갯벌 환경에 영향을 미쳐 갯벌 생물의 산란 주기까지 바꾸고 있다는 것.

계절별로는 겨울철보다는 여름철 기후 변화에 의해 수온이 더 많이 상승하고 있어 무안낙지가 최근 들어 많이 잡히지 않는 것도 바다 수온과 무관하지 않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28년간(1989∼2016) 남해안은 매년 평균 2.48㎜씩 해수면이 상승하고, 매년 0.13㎜씩 상승폭이 높아지고 있다. 완도 인근 바다는 매년 1.84㎜씩, 여수 바다는 매년 1.06㎜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로 봤을 때 지난 28년간 해수면 높이의 평균 상승률은 매년 2.96㎜으로, 매년 0.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한반도 연안의 평균 수온도 23.52도로, 남해안 24.33도, 서해안 23.78도 순이었다. 최근 10년(2007∼2016)간 평균보다 각각 0.79도, 0.27도, 0.61도 높았다.

해수부 ‘2016 해양수산통계’에 따르면 전국 갯벌의 약 60%를 차지하는 전남 갯벌 면적 역시 해수면 상승으로 1987년 1179.1㎢에서 2013년 1044.4㎢으로 11.4% 감소했다.

◆ 농가 노력 한계 = 우리지역도 온난화에 대비, 소득작물로 열대과일 재배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본지가 지난 2014년 취재한 열대 과일 재배 대표 주자로 최병집(현경) 씨와 정공순(몽탄) 씨가 있었다.

최씨는 2014년 열대 과일인 ‘애플망고’ 수확을 앞두고 병충해 피해를 입었다. 정씨는 열대과일 ‘백향과(패션 푸르트)’ 재배에 성공했지만 소량 물량 생산으로는 소득에 한계를 실감했다.

이들은 열대 과일 재배를 위해 혼자 재배 기술을 습득했다. 최 씨는 제주도 농업시험장을 찾아가 재배법을 배웠고, 정 씨는 해남에 있는 전남도 열대과수연구소를 찾아 재배법을 배우고 기술 자문을 받았다. 농가들이 대체 작물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경험과 기술 부족, 시장 확보 등의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열대성 과일 재배는 초기 시설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고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무안군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지난해 11월 일로농협이 온난화 대비 아열대 작물 교육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교육에는 일로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농업인들까지 참석할 정도로 반응이 컸고, 교육을 받은 농업인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행정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 무안 파속작물(양파)연구소 설립 및 미래 대비 농업기술센터 연구기관 강화 시급 = 양파 주산단지 경쟁지인 경남 창녕군은 양파연구소를 설립, 경남도와 양파연구소 주관으로 양파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따라서 무안군은 청계면 소재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센터를 국립 파속 작물(양파) 연구소로 전향하거나 별도의 파속 작물(양파) 연구소 설립이 시급하다. 이에 무안군은 양파 종묘회사 대다수가 전남에 소재해 시범포 운영이 유리하다는 장점을 들어 현경면 용정리 일원에 2만 4,000㎡(시범포, 시설 등), 연구동 1동을 2017년부터 2019년 사업으로 건의해 두고 있다.

무엇보다 전남 서남권은 무안 양파를 비롯해 파속 작물 전국 최대 주산지라는 점도 파속 작물연구소 설립 당위성으로 부각된다. 양파, 마늘, 파 등 파속 작물은 고흥, 해남, 신안, 진도 등 전남 서남권이 주산단지이다. 기후, 토양 등 생육 환경이 이들 지역이 최적지임을 감안하면 파속 작물(양파) 연구소 설립은 시급하다. 특히, 파속 작물의 다양한 연구 기능 강화로 FTA 개방과 기후 변화에 대응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 전남도 대응책 = 전남은 기후 변화에 따른 다양한 재배 기술 등에 나서지 않을 경우 농촌 붕괴로 이어지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남부 평야지대 벼 품종별 생산성 평가 △고온 등숙 효율이 높은 벼 품종 육성 및 지역 적응성 평가 △맥류 파종 시기별 피해율 및 대응 방안 강구 △동계 이상 고온에 따른 맥류 파종 시기 조절, 맥종별 품종 선발 △렌틸콩, 퀴노아(잡곡) 등 고온성 식량 작물 도입 및 재배법 개발에 들어갔다.

또한, 전남농업기술원은 그동안 산재해 있던 아열대 작물 재배 지역을 4개 권역으로 묶어 지난해 8월 아열대 작물 권고안을 내놨다. 권역별로 권장 품목을 지정해 단지화·규모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주·영암·무안 등 중부 서해안지대는 부지화·무화과·레드향, 콜라비, 차요태 등 5개 작목, 고흥·보성 등 남부 해안지대는 석류·비파·커피 등 11개 작목, 여수·순천 등 동남지역은 백향과·올리브 등 3개 작목, 담양·장성 등 북부 산간지대는 파파야·백향과 등 6개 작목을 각각 지정했다.

한편, 2015년 전남지역 아열대 과수 재배 농가는 3천401농가(1478㏊)로 영암 785농가(418㏊), 고흥 767농가(290㏊), 신안 336농가(117㏊), 보성 309농가(171㏊), 순천 204농가(60㏊), 여수 106농가(1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전남지역 아열대 채소 보급 현황 분석 결과 397농가에서 총 967㏊규모의 아열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시군별로는 해남 130농가(24㏊), 강진 70농가(15.4㏊), 화순 48농가(10㏊), 여수 24농가(2.9㏊) 등의 순이다. 커피는 고흥 14농가, 신안 1농가, 망고는 여수 4농가, 광양 6농가, 곡성·강진·무안 각 1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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