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우리 국민이 한해 소비하는 양파는 대략 140만 톤 내외라고 한다. 막대한 소비량은 물론이며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엄청나다. 이 가운데 95% 이상을 자급하고 있고, 10만 톤 내외로 중국산 양파가 의무 수입으로 들어오고 있다. 양파는 마늘, 고추 등의 다른 양념채소류와 비교해 자급률이 매우 높다.

양파는 수매 저장력을 바탕으로 산지유통 조직화가 가장 잘된 양념채소 작물중 하나다. 그러면서 가격의 계절 진폭이 매우 큰 작물이다. 계절 진폭은 수매 저장력을 갖춘 농협을 비롯한 유통 상인들의 담합의 산물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계절 진폭을 통해서 발생한 수익은 생산 농민과는 무관해왔다.

저장 양파의 보관 기간은 통상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2월까지 판매된다. 3월부터 5월까지는 하우스 및 노지 조생양파가 유통된다. 조생양파는 보관이 안되어 시장에서 곧바로 유통된다. 조생양파 값이 오르는 것은 농협과 유통 상인의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조생양파 값이 오르면 높은 수매가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안에서 농민운동을 시작했던 지난 2002년부터 이제까지 조생양파는 3년에서 5년을 주기로 폭락과 폭등을 거듭해왔다.

계약재배가 진행되는 저장 양파와 달리 조생양파는 산지에서 출하조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농민들의 한몫을 노리는 투기적 재배도 한 역할을 해왔다. 또한 지자체들이 남발하는 비닐 하우스 지원 사업이 조생양파 재배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조생양파 폭락 과정은 이제까지 조생양파 파동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2월 농경연의 농업 관측을 토대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수급 대책안이 발표되었다. 조생양파와 함께 전체 양파 재배 면적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가격 폭락이 우려되기에 산지 폐기를 추진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의무수입 양파를 시장에 방출해왔다. 가격 폭락을 부르는 매번 반복적인 똑같은 매뉴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폐기 보상비가 전 보다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의무수입 양파를 시장에 방출하는 시기는 통상적으로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시기보다는 조생양파가 수확되는 시기와 겹쳐왔다. 누가 보아도 정부가 소비자를 위해 물가안정 차원에서 수급 조절을 하기보다는 산지 수매가를 떨어뜨리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이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공정하지 못한 유통 정책이다.

양파는 저장적 특성으로 인해 농협을 비롯한 산지 유통조직에 의해서만 시장에 유통이 가능한 작물이다. 농협 및 유통 상인들은 생산 농민에게 절대 갑이다. 이들은 지속적인 정부 보조를 통해 대규모 저장시설을 갖추고 무이자 수매 자금으로 농민에게 절대 갑으로 성장해 왔다. 수매 저장력을 갖지 못한 을은 절대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농협과 유통 상인이 원하였건 원하지 않았건 양파값 폭락의 수혜자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전체 양파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 그대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진다면 가격 폭락은 장기화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해온 계약 재배를 통한 산지 조직화 정책이 새로운 갑을 관계를 만들어냈다. 갑만이 만족하고 을은 늘 불만이다. 부당한 갑을 관계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생산 농민에게도 저장 시설을 지원해주어야 마땅하다. 마을 단위 또는 작목반 차원의 공공임대 저장 시설 지원이 요구된다. 정부는 을을 위해 갑에게 지원해왔다지만 갑이 늘 외쳐왔던 농민을 위해서는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양파 유통 정책의 전면적 재고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리, 밀 등 동계식물 작물에 대한 식량 자급 정책이 추진되어야 주기적인 올동 채소작물의 파동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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