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기상대 대장 김봉진

[무안신문] 비행기의 비행노선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와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달라진다. 미국으로 갈 때는 태평양을 건너서 가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북극을 통해서 온다. 그리고 인천에서 출발한 런던행 항공기의 운항시간은 12시간 5분, 런던에서 출발한 인천행은 그보다 1시간 15분 짧은 10시간 50분이다.

그렇다면 노선과 비행시간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제트기류’ 때문이다. 중위도에서 일반적으로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데 이를 편서풍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 영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처럼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행할 때 이 바람을 타고 오면 비행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천에서 런던을 갈 경우에는 바람의 역방향으로 비행해야하기 때문에 비행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만큼 연료도 더 많이 쓰게 된다.

제트기류(jet steam)란 대류권의 상부 혹은 권계면 부근에 존재하는 폭이 넓은 강풍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길이는 수천㎞, 폭은 수백m, 두께는 수㎞인 고층의 바람이다.

WMO(세계기상기구)에서는 그 풍속이 30㎧이상인 것을 제트기류로 규정하고 있다. 북반구에서 제트기류의 평균위치는 27°N, 여름엔 42°N이며, 평균 풍속은 겨울에 50㎧, 여름에는 약해져 25㎧가량 된다. 제트기류는 남·북반구에서 모두 관찰되는데, 모두 적도로부터 약 3천㎞떨어진 중위도 지방에서 발생한다. 이곳은 열대지방에서 북상하는 더운 공기와 극지방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가 부딪치는 지역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 11월, B-29폭격기 100여대를 몰고 일본을 공습하러 도쿄로 날아가던 조종사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폭격기의 비행속도가 이론상 속도보다 시속 150㎞나 늦게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는 제 속도를 회복해 일본으로 갈 때보다 현저히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었다. 종전 후 미국과 유럽의 기상 당국자들은 이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들은 북위 30~40°의 중위도 지역 상공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공기대의 존재를 확인했다. 제트기에서 공기가 분사되는 것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제트기류라 명명하였다.

이와 같이 제트기류는 비행기 운항경로에 있어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비행기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난류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경우 시간은 단축되지만 빠른 속도로 인하여 자동차가 옆을 지나가면 풍압에 의하여 승용차가 흔들리기도 하고, 산악지역이나 터널 부근에서 바람의 영향으로 자동차에 요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제트기류의 주변에서 바람의 속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데 주로 맑은 하늘에 생기는 난류로 청전난류(Clear-Air Turbulence : CAT)라고 한다.

청전난류가 있는 지역을 통과할 때는 기류변화로 항공기가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청전난류의 경우 발생빈도의 2/3이상이 제트기류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제트기류의 왼쪽부근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항공기를 운항하는 경우 사전에 항로상에 있는 제트기류의 풍속이나 진행방향을 분석해서 바람의 변화가 심한 지역을 피해가며 최단경로로, 그리고 항공기가 최대한 안전한 경로를 찾아 비행하게 한다.

항공기상청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홈페이지(http://amo.kma.go.kr) 에 제트기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항공사들의 운항 스케줄 결정 및 항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국민들의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항공기 이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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