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농업연구소 정 영 호

[무안신문] 지난해 여름 쌀 생산조정제 문제로 여의도 국회토론회에 참석했었다. 한국 사회에서 쌀 생산조정 문제는 쌀 문제가 아닌 전체 식량자급문제다. 특히 축산업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토론회에서 남아도는 쌀 재배 대신 사료작물을 재배해 공장식 해외의존축산이 아닌 소규모자급축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또한 대체가 가능한 밀, 보리, 콩과 관련 산업별 대표들이 참석하여 쌀 생산조정제로 인해 발생할 연관된 문제와 대안을 제기했었다. 밀, 보리, 콩 모두 지나친 해외수입으로 인해 한자리수 자급률도 지키지 못하고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으로 시름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과 주장은 온데간데 없고 농축산식품부는 처음 계획대로 일선 시군에 지침을 내려 농가별 신청접수단계에 이르렀다.

농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쌀 생산조정제는 2018년 19년에 걸쳐 한시적으로 5만ha에서 10만ha까지 논에 쌀 대신 80%는 조사료를 심고 나머지 20%는 타 작물을 재배한다는 계획이다. 보상비는 조사료의 경우 ha당 400만원이며 타 작물은 340만원 두류는 280만원이다. 계획안에는 농축산식품부의 조급함과 무대책이 그대로 들어나 있다.

쌀 문제는 단기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당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문제는 육류소비량의 급속한 증가 문제이며 육류생산에 필요한 사료를 자급하지 못하고 해외에서 조달해오는 문제이다. 사료원료를 포함한 식량자급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데 일단 조사료가 필요할 것 같다는 짧은 생각으로 과거 방식을 그대로 조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현장분위기는 농축산식품부 바램과 달리 썰렁하다. 일차적으로 지자체 공무원들은 쌀 생산조정제가 너무도 허술하고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근거로 여름작물로 쌀 대신 조사료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농가 의지보다는 논을 밭으로 바꾸어나가는 마을별 단지조성과 함께 기반정비조성사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생산조정제로 쌀값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 일부농민들이 직불금 수령 배정지 외 간척지 등의 잡종지에 벼 재배를 늘려 오히려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장의 농민들은 생각보다 많은 지원금에 처음에는 솔깃하지만 계산을 해본 후에는 그래도 쌀이 낫다고 한다. 단지조성과 기반조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조사료재배는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간다면 별도 단지 기반조성이 필요하지 않은 지역 일부 논에 축산업을 겸하는 일부 농민만이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콩 등의 타작물재배는 과거 경험에 비추어볼 때 농가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거의 전무하다. 안정적 판로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 재배를 권하는 것에 수없이 당해온 탓이다.

쌀 생산조정제를 한국 식량자급이라는 목표로 넓고 깊게 바라보았다면 외세 의존적 한국농업의 구조를 조금이나마 바꾸어나갈 절호의 기회였다. 마을별 자급축산단지 조성과 이를 위해 논을 밭으로 영구 전환하는 단지 기반조성사업을 현장의 실정에 맞게 꾸려가도록 계획했다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이다. 문제는 현장을 배제한 농축산식품부의 예산권과 내리기 일방주의 행정이다. 농축산식품부가 농축산물 수급조절사업에서 한 번도 성과다운 성과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현장을 배제해왔기 때문이다.

농축산식품부를 보노라면 식량자급에 관한 총지휘자가 없이 부서별로 각기 돌아가는 느낌이다. 사령관이 없고 식량자급의 목표가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난 정권의 농업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을 위한 정부를 세우고자 한다면 농업사령부부터 세우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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